“아이 준다고 어린이도서관도 없앤다니”… 주민들 반발

김승연 2024. 8. 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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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여파로 어린이 숫자가 줄어들면서 이용자수 저하를 이유로 관내 어린이도서관을 없애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당시 관악구는 어린이도서관 일일 이용자 수가 20명 정도 된다는 점을 들며 폐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기영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인데 어린이도서관을 폐관한다는 것은 아이를 기르기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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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0일 구로구 어린이도서관 폐관
“아이 기르기 좋지 않은 환경 만드는 것”
지난 22일 구로 꿈나무 어린이 도서관 입구에 운영 종료를 안내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는 모습. 이미 복지용구를 대여해주는 '다름센터'가 입주한 상태였다. 김승연 기자


저출생 여파로 어린이 숫자가 줄어들면서 이용자수 저하를 이유로 관내 어린이도서관을 없애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주민들은 초저출생 시대에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부정적인 시그널을 키우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30일 구로구 등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첫 구립도서관인 ‘꿈나무 어린이도서관’은 다음 달 30일 문을 닫을 예정이다. 구로구는 지난 1월 ‘구로구 도서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8000만원에 발주했다. 그 결과 꿈나무도서관의 이용자 감소율이 높고 시설이 노후됐다는 이유로 운영 종료를 결정했다.

꿈나무도서관 권역인 구로 3·4동의 올해 어린이 인구는 2010년 대비 66%가량 줄었다. 구로구 관계자는 “구로 3·4동의 경우 구로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어린이 인구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며 “어린이 한 명이 소중하지만, 기초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 효율성을 무시하고 공공성만 따라갈 순 없다”고 설명했다.

구로구는 관내 어린이도서관 3곳 모두 올해 연말까지 일반도서관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모든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어린이 이용객을 위해 일반 도서관 내부에 어린이열람실과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도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꿈나무도서관 자리에는 복지 용구를 대여하는 ‘다름센터’와 수어통역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름센터는 장애인과 노인에게 수동휠체어, 목발, 실버카를 빌려주는 역할 등을 맡게 된다.

지난 28일 구로 꿈나무 어린이 도서관 폐관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구로구청 앞에서 폐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구로구 결정에 대해 꿈나무도서관을 애용하던 구로 3·4동 주민들은 반발했다. 주민공청회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구로구가 폐관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구로4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김현주(38·여)씨는 “이 지역은 교육 인프라가 적어 이미 학부모들이 많이 떠난 동네다. 동네에 흔한 학원이나 놀이터도 찾기 힘들다”며 “학교 끝나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모였는데 이용객이 줄어든다고 이 공간을 없애는 건 다분히 행정편의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김씨를 포함한 주민들은 지난 28일 구로구청 앞에서 폐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관악구는 관내 어린이도서관 ‘책이랑 놀이랑 작은 도서관’을 폐관했다. 스마트 관제센터를 확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관악구는 어린이도서관 일일 이용자 수가 20명 정도 된다는 점을 들며 폐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 시내 등록된 어린이도서관은 이달 기준 30곳이다. 어린이도서관은 자치구 소관사무다. 구 차원에서 시설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다. 도서관 이용률 통계를 내세워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과 자료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공간을 모두 없애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기영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인데 어린이도서관을 폐관한다는 것은 아이를 기르기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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