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푸틴, 텔레그램 CEO 두로프와 결코 만난적 없다"

배재성 2024. 8.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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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 AP=연합뉴스

러시아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텔레그램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와 어떠한 만남도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각)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두로프를 직접 만난 적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내가 아는 한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가 2014년 이후 러시아를 자주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 “두로프는 러시아 시민이고 여행의 자유가 있다”며 “당연히 그는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두로프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는 동안 러시아 통신 검열 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가 텔레그램 차단을 해제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우리와 두로프 사이에 어떤 합의도 어떤 대화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내 사기, 마약 밀매, 아동음란물 유포, 조직적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을 방치해 사실상 공모했다는 내용 등 각종 범죄와 관련한 12가지 혐의로 체포돼 예비 기소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두로프의 체포는 독립적인 수사에 의한 것이라면서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주장을 배제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로프를 체포할 만한 중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이를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하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주프랑스 러시아대사관도 프랑스 측이 두로프 체포와 관련한 협조를 피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러, 전장 주요 통신수단으로 텔레그램 활용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예비기소된 데 대해 러시아가 강력 반발한 이유는 자국의 군사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텔레그램이 러시아에서는 단순한 소셜미디어 앱이 아닌 전장의 주요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장에서 부대 간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 암호화되지 않은 무선 트래픽은 우크라이나에 의해 손쉽게 도청돼 다른 통신 수단이 필요해졌고, 러시아는 이때 텔레그램을 선택했다.

텔레그램 본사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고, 서구권의 시긴트(Signals Intelligence·신호 정보) 수집에도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러시아군은 휴대전화 네트워크나 스타링크 위성 터미널을 통해 텔레그램에 접속하고 있으며 군에 드론이나 야간 투시경, 차량 등의 원조를 제공하는 의용병들도 텔레그램을 통해 운용된다.

알렉세이 로고진 러시아 의회 고문은 “정보 전송, 대포 조준 등 많은 일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며 “많은 사람이 두로프를 체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러시아군의 최고 통신책임자를 체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농담을 할 정도”라고 했다.

WSJ은 러시아가 두로프에 대한 프랑스 당국의 예비기소로 자국군의 중요한 군사정보가 서방에 유출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라고 짚었다.

지난 24일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두로프는 온라인 불법행위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28일 예비기소됐다.

두로프가 조사 과정에서 텔레그램의 소스 코드를 서방에 제공한다면 텔레그램을 군사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러시아 당국의 즉각적인 반발도 이런 점을 뒷받침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크렘린궁 대변인은 앞서 두로프의 체포 소식에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일부 러시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러시아에 억류 중인 서방 포로와 그를 교환하자는 주장도 했다.

두로프는 러시아 태생이지만 프랑스와 UAE 복수 국적자이기도 하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최근 타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두로프가 프랑스나 서방의 다른 국가에 러시아에 해를 끼칠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에둘러 압박했다.

나리시킨 국장은 “나는 그가 그런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매우 믿는다”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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