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의 아버지…“제2의 배그 찾아라” 특명 [CEO LOUNGE]
국내 게임업계 양강으로 꼽히는 크래프톤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기 기준 최대치를 거뒀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이 올해 매출 2조원을 넘어 3조원 달성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연간 매출 3조원은 국내 게임업계 중 넥슨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크래프톤이 질주를 이어가면서 회사를 이끄는 김창한 대표(50)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2020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김 대표는 4년 동안 크래프톤을 이끌어왔다. 그의 재임 기간 크래프톤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아버지
김창한 대표는 전형적인 ‘개발자’ 출신 경영자다. 2000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 과정 도중 게임 회사 ‘이매직’의 개발·기획·기술팀장으로 취직하며 일을 시작했다. 이후 2003년 넥스트플레이 CTO로 자리를 옮겼고, 2009년 다시 지노게임즈로 이직했다. 2015년 지노게임즈가 크래프톤에 인수된 뒤 개발본부장직을 맡았다.
개발본부장에 오른 2015년, 그는 크래프톤 역사를 바꿀 결정적인 게임을 기획한다. 게임 이용자 다수가 접속해 한 명의 캐릭터만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이른바 ‘배틀로열’ 장르 작품을 고안한 것. 새 게임 기획서를 작성한 뒤 경영진을 직접 설득해 개발 승인을 받아냈다. 김 대표가 이끄는 개발진은 2016년부터 본격적인 게임 제작에 착수했다. 1년 뒤인 2017년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신작을 선보였다. 이 게임이 바로 현재까지 크래프톤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작품, ‘배틀그라운드’다.
처음에는 게임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배틀로열이라는 장르가 워낙 생소한 탓이었다. 김 대표도, 회사도 목표를 낮게 잡았다. 손익분기점인 1년 40만장이 목표였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배틀그라운드는 역대급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 스팀 공개 3일 만에 35만장이 팔려 나갔다. 3일 동안 거둔 매출만 117억원에 달했다. 초창기 기세를 이어받아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적인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 중소 게임사에 불과했던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대흥행에 힘입어 넥슨, 엔씨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형 게임 업체로 단숨에 올라섰다.
성과를 인정받은 김창한 대표는 고속 승진을 거듭, 2020년 6월 크래프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고경영자를 맡은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공개, 인도 시장 진출 등 굵직한 과제를 모두 성공시켰다. 작은 부침이 몇 번 있었지만, 김 대표 부임 이후 크래프톤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갔다.
크래프톤 질주는 올해 정점을 찍었다. 2024년 상반기 누적 매출 1조3729억원, 영업이익 642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3%, 55% 증가했다. 2분기 기준 매출은 7070억원으로 올해 1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다시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33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82.7%, 152.6%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는 현재 수준이라면, 연매출 2조원은 충분히 넘길 것이라고 예측한다. 일부 증권사는 2조원을 넘어 3조원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김 대표 부임 직전인 2019년 크래프톤 연매출은 1조874억원이었다.
‘제2의 배그’를 찾아라
김창한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무엇보다 수년째 크래프톤을 괴롭히는 ‘원게임 리스크’ 해소가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원게임 리스크란, 회사 수익 비중이 특정한 게임 하나에 몰려 있는 현상을 뜻한다. 게임이 잘되면 실적이 좋아지지만, 반대로 게임이 부진하면 실적이 급감한다. 특정 게임에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해마다 1조원 넘는 돈을 벌어들인 크래프톤에 대한 시장 평가가 박한 이유도 ‘원게임 리스크’ 탓이 크다.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 게임이 사실상 ‘배틀그라운드’ 하나밖에 없다는 이유로 주가는 아직도 상장 당시 공모가(49만8000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외 수익을 내는 작품이 추가로 나와야만,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익명의 증권가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에 치우친 수익 비중을 조금이라도 분산할 게임이 나온다면, 크래프톤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재임 기간 내내 새로운 IP 발굴에 공을 들였다. 다만, 여러 번 시도에도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 스타 게임 제작자 글렌 스코필드를 영입해 만든 대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혹평을 받으며 실패했다. 해양 탐사 게임 ‘서브노티카’로 유명한 언노운월즈를 인수했지만, 현재까지 성과가 미미하다.
김 대표와 크래프톤은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반전’을 노린다. 연내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 등 두 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8월 말 독일에서 열린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공개됐다. 일단은 서구권 이용자로부터 열띤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던전’이라 불리는 지역을 탐험하는 게임이다. 최근 글로벌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중이다.
인조이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이머가 직접 게임 속 캐릭터가 돼 인생을 살아가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는 서양권에서 인기가 상당하다. 올해 스팀 얼리 액세스(정식 서비스 전 선공개)를 목표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두 게임 외 새로운 IP 개척에도 역량을 기울인다. 플랫폼과 장르 다변화를 목표로 지분 투자와 신규 IP 발굴을 지속해왔다. 2021년 이후 북미권 14개사, 유럽권 8개사를 포함해 총 27개사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슈터, RPG,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게임 장르를 확보했다. 8월에는 일본 게임 개발사 탱고게임웍스(Tango Gameworks) 개발팀을 영입했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AI에도 전력을 기울인다. 올해 상반기 산하 게임사인 렐루게임즈(ReLU Games)는 AI를 활용한 두 개의 게임을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신작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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