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부각 나선 韓, 당정 틈 파고 든 李…여야회담 누가 웃나

손국희 2024. 8. 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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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앙포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다음 달 1일 회담에서 순직해병 특검법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쟁점 현안을 논의한다. 회담 장소는 국회 본청 귀빈식당이다. 두 대표와 양당 정책위의장·수석대변인이 배석하는 ‘3대3 회담’ 방식으로, 회담 시간은 모두 발언을 포함해 약 1시간 30분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민주당 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은 30일 비공개 실무 협상 뒤 “회담 모두 발언은 한 대표가 먼저 7분간 하고, 이어 이 대표가 7분간 한다”며 “이후 비공개 회담에서는 양당이 제시한 세 가지 의제에 대해 충분히 열어 놓고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릴레이 탄핵 등 정쟁 중단, 금투세 폐지 등 민생 법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 개혁을 의제로 제안했고, 민주당은 순직해병 특검법,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지구당 부활을 의제로 제시했다. 두 비서실장은 “저출생 문제와 추석 전 물가 대책, 자영업자와 가계 부채 문제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담 뒤 의견이 좁혀진 비쟁점 현안에 대해선 두 대표가 ‘공동 입장문’ 형태로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양측은 두 대표가 개별적 관심 사안을 자유롭게 언급하도록 합의했다. 예를 들어 의·정 갈등 문제가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이 대표가 거론하면 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회담이 팽팽한 여야 지지율을 뒤흔들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27~29일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0%, 더불어민주당 31%로 박빙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회담 이후 발표될 정당 지지율이 곧 성적표라 두 대표의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①존재감 극대화 전략 짜는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한 대표 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거야(巨野)에 맞서는 여당 대표의 존재감을 부각할 방침이다. 그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의대 증원 등을 놓고 윤 대통령과 건건이 충돌하면서 당내에서는 “집안싸움만 부각된다”는 우려가 적잖았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이 대표에게 할 말을 하는 여당 대표의 모습을 부각해 내부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계산이다. 한 대표 측은 “‘이재명 천적’인 한 대표의 강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카드는 금투세 폐지 등 세제 개편 이슈다. 이 대표는 금투세 완화 및 유예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여당 관계자는 “한 대표는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 추진과 입법 독주도 부각해 정쟁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②윤·한 갈등 파고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후 인천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24년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이재명 대표는 윤·한(尹·韓) 갈등의 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회담에서 언급하려는 의대 증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입장 차이가 있다.

이해식 실장은 30일 취재진과 만나 “의료 대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너무 세서, 한 대표가 위축된 것 같다”며 “공식 의제가 아니라도 (의료 문제) 의견을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료 문제를 회담 주제로 언급하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사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여러 문제가 있지만,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같은 날 한 대표는 “응급실·수술실 상황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3자 추천 순직해병 특검법 수용도 압박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특검법에 대해 수용 불가를 시사했고, 여당 내부도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당정 갈등이 큰 주제를 공략해 ‘무능한 여당’을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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