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밥캣 품은 신설법인‧로보틱스 합병 추진…분할합병비율 조정에 무게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지만, 지배구조 개편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산밥캣을 포함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은 여전히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선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라 두산 측은 양사 간 분할합병비율 조정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금융감독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합병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두산로보틱스 합병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지적은 두 가지다.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있다며 구조개편을 논의한 시점과 검토 내역, 그간의 진행 과정, 거래 시점 결정 경위,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또 밥캣 지분을 보유한 분할 신설법인의 수익가치 평가방법과 관련해 현금흐름할인법·배당할인법 등 미래 수익을 반영한 방법과 비교하라고 했다. 상장사(밥캣·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비상장사(신설법인)의 가치를 문제 삼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두산이 지배구조 개편 절충안이라도 진행하기 위해 금감원의 지적을 최대한 반영할 것으로 본다. 두산은 신설법인의 수익가치를 두산밥캣의 배당금 등 미래 수익으로 잡지 않고 기준시가(두산밥캣 주가)를 적용해 산정했다. 시가에는 이미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과 기대 배당수익이 반영돼 있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주주들은 신설법인의 가치는 낮게, 두산로보틱스의 가치는 높게 평가됐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두산이 분할합병비율을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신설법인과 로보틱스의 분할합병비율은 1대 0.03였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라면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를 받는다는 뜻이다. 배당금 등을 반영해 신설법인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받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이 늘어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분할합병비율 등 정정 요구 내용에 대해 충실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의 분할합병비율 조정 같은 주주 당근책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멈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도 변수다. 두산밥캣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사라졌지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유지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가진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매수 한도 6000억원을 훌쩍 넘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변경된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식매수청구가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변화가 없다”며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동의가 중요한데 연결 손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가 분할돼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25일로 예정했던 임시 주주총회는 미뤄진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이번 개편으로 1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 여력이 생겨 원전 설비 투자 등을 적시에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주주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시장 의견을 수렴해 향후 일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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