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모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자유 민주주의’ 실린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한국사 교과서가 공개됐다. 2022년에 개정된 새 교육과정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등 보수학계의 주장을 반영한 표현이 교과서에 수록됐다.
자유민주주의 표현, 9종 교과서에 모두 담겼다
관심이 쏠린 것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다. 고등학교 한국사Ⅰ·Ⅱ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검정 심사를 통과한 출판사는 ▶동아출판 ▶비상교육 ▶지학사 ▶주식회사리베르스쿨 ▶해냄에듀 ▶한국학력평가원 ▶천재교과서 ▶주식회사씨마스 ▶미래엔 등 9종이다.
이날 검정 결과가 공개된 9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에는 모두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지난 2022년 12월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사과 성취 기준에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보수 진영에선 민주주의로 기술할 경우 북한의 인민 민주주의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 교육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전 교과서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혹은 민주주의라고 기술돼있다.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건국절 논란은 피했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해서는 교과서 9종 모두 보수 학자들이 써온 ‘대한민국 수립’ 대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해 건국절 관련 논란은 피해가게 됐다. 건국절은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1일로 볼 것인지,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로 볼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새 교과서에는 북한의 도발 사실도 보다 명확하게 표현됐다. 동아출판사 한국사 Ⅱ 교과서가 “북한이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을 일으키고 잇따라 핵실험을 하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고 서술한 게 대표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교과서에는 해당 사건들에 대해 도발 주체가 누군지 애매하게 서술됐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상교육 출판사의 교과서는 본문을 제외한 연표에만 천안함 사건을 서술했다.
이승만·친일파 미화 논란 교과서도
이번에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를 놓고도 우편향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부분 교과서와 달리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유일하게 이승만 정권에 대해 ‘독재’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부정선거 시도 이유에 대해서는 ‘집권 연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제 식민 통치를 다룬 단원에서 친일 행각으로 논란이 된 인물들에 관해 서술하며 ‘이들이 왜 친일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자’는 내용을 넣은 것도 논란이다.
진보 성향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해당 교과서에 대해 “이승만, 박정희 등 독재의 길을 걸었던 자들에 대해 왜 장기 집권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애써 두둔하는 표현이 다수 기재되었다”며 “친일 행보를 걸었던 이유에 대해 학생들에게 되묻는 표현을 기술해 친일 행적을 일부 정당화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주장했다.
학교 채택 놓고 갈등 불거질 듯
향후 학교 채택을 앞두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앞서 2014년에 보수적 시각으로 집필된 교과서로 문제가 됐던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경우 전국 21개 고교가 채택했지만 진보 단체의 요구로 결국 채택을 철회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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