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친구이던 작가, 집 근처에서 실제로 만나다니

김준정 2024. 8.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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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시, 학교에 갑니다> 송유정 작가와의 북토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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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정 기자]

첫 책 <다시, 학교에 갑니다>를 출간한 송유정 작가가 내가 사는 전북 군산까지 왔다.

그는 한 달 전에 책을 출간했는데, 내가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에 책후기를 쓰고 지인들한테 책 선물을 했다고 썼더니 송 작가가 내가 살고 있는 군산에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대화는 댓글로 이루어졌다. 마침내 송 작가가 브런치 스토리 '제안하기' 기능으로 전화번호를 알려줘서 북토크를 추진하게 되었다.

토론 수업 이끈 내용인 <다시, 학교에 갑니다>
 책표지
ⓒ 송유정
<다시, 학교에 갑니다>는 송유정 작가가 디베이트 토론 수업으로 5년간 학교교육자원봉사를 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문우들 모임인 '끈기'에 송유정 작가와 책을 소개했더니, 문우들은 출간 과정과 디베이트란 게 실제론 어떤지 궁금하다며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한길문고 문지영 대표와 박효영 상주작가와 의논해서 일사천리로 북토크 장소와 날짜를 정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북토크 하는 날, 29일이 오전이 되었다. 송유정 작가가 용인에서 오는 동안, 나는 음료수와 꽃다발을 준비했다. 주차를 하고 있는데 송유정 작가가 서점에 도착했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서점에 갔더니 송 작가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맞아주었다.

"드디어 실물로 뵙네요."
"그러네요. 등산복 입은 사진만 보다가, 이렇게 보니까 달라 보이네요."

나는 브런치에 등산복 입은 사진을 가끔 올렸는데, 그걸 보고 말씀하신 거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2020년부터 송유정 작가의 글을 읽어 왔다. 때문에 그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마치 예전부터 잘 아는 사람 같았다. 책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래서 더 축하해 주고 싶었다.
▲ 송유정 작가의 첫 북토크 장소 군산 한길문고, 첫 책 <다시, 학교에 갑니다>를 출간한 송유정 작가
ⓒ 김준정
송 작가와 전화로 대충 얘기하기는 했지만, 북토크를 어떻게 진행할지 구체적으로 의논했다. 나는 이렇게 제안을 했다.

"책에서 작가님이 디베이트 교습소를 열고, 홍보를 하고 경력도 쌓을 목적으로 학교 봉사 수업을 지원했다는 부분이 와닿았어요. 경력이 단절된 상황에서 디베이트 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학교 봉사 지원 동기를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어요. 출간과정과 디베이트도 소개해 주시고요."

11시가 되자 북토크 멤버인 6명 문우들이 속속 도착했다.

"자, 그럼 제가 유재석이 되어서 진행해 보도록 할게요."

우린 이렇게 북토크를 시작했다.

송 작가는 디베이트 교습소를 연지 1년 2개월 만에 코로나 발발로 인해 수업을 중단하게 되었고, 2년 만에 폐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디베이트 수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끊김 없이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단다.

그러다 마음이 맞는 교육청 담당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분의 제안으로 디베이트 교육자원봉사자 양성수업으로 20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현재는 그중 6명과 팀을 꾸려서 함께 디베이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혼자와 함께, 그 사이에서
▲ 북토크를 마치고 사진촬영 송유정작가와 문우들 모두에게 귀한 시간이었다.
ⓒ 김준정
내가 혼자 수업을 할 때와 팀을 만들어서 할 때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더니 송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혼자 할 땐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나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고는 했는데, 팀이 생기고부터는 팀원한테 부끄럽지 않고 싶어서 나를 일으켜 세우게 되었어요. 팀원들 의견을 듣고 배우는 것도 많고요. 무엇보다 든든해요."

이번에 나는 송 작가의 설명을 통해 디베이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디베이트가 '찬반을 나누어서 토론하는 것'인 줄은 이미 알았지만, 찬반팀을 동전 던지기 같은 임의의 방식으로 정하는지는 몰랐다. 기존의 내 의견과 반대인 팀이 된다면 그 입장이 되어보고, 내 의견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내 생각이라는 것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한국인, 여성, 비장애인 같은 우연히 만들어진 특성으로 할 수 있는 경험에서 형성된 사고이기 때문이다. 다른 경험을 했다면 같은 일에 반대 의견을 가졌을지 모른다. 어쩌다 갖게 된 견해를 동전 던지기로 바꾸어본다는 게 의미 있게 다가왔다.

북토크 뒤 다음 코스로 나는 송 작가와 문우들을 군산이당미술관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출산과 육아로 일정기간 작업을 중단했던 열두 명의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전시회명은 <흐릿해진 표상-열두 갈래의 길>이다.
▲ <흐릿해진 표상-열두 갈래의 길>전시장에서 군산이당미술관에 함께 다녀왔다.
ⓒ 김준정
대학 선후배 관계인 작가들이 모임을 만들고 다시 작업을 시작한 건 작년이었다. 아이들을 재운 후에 잠을 줄이고 틈틈이 그림을 그려서 작년에 전시회를 열고, 올해로 이어지게 되었다. 모임을 주최하고 전시 기획을 한 사람은 이들의 선배인 고보연 설치미술가다.

송 작가도 그렇고,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려면 한 사람은 사회와 단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걸까. 이 사회가 다른 이의 입장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면 단절의 틈은 메워질 수 있지 않을까.

원치 않게 어쩌다 여자가 되었고 아이를 낳았지만, 이 모든 게 동전 던지기 같은 것으로 결정된 게 아닐까. 재능 기부와 돈벌이를 오갈 수 있고,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결국 실제로 만난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고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환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찐한 만남 뒤, 헤어지며 인사할 때 송 작가는 이렇게 말하며 나를 힘껏 안아주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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