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용 지루해" 편견 부쉈다...국립무용단 신작 '행 플러스마이너스'

홍지유 2024. 8. 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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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자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춤추기 편하도록 짧은 기장으로 개량된 흰색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은 편안한 자세로 바닥에 앉아 있다. '째깍째깍' 메트로놈 소리가 울려 퍼지며 무용수들은 천천히 일어나 줄을 맞춰 선다. 일렬로 나란히 선 대열을 그대로 지키면서, 제자리에서 팔과 발을 조금씩 움직인다. 버드나무 가지의 꾀꼬리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는 궁중 무용 '춘앵무'에서 따온 미니멀한 안무다.

국립무용단 '행 플러스마이너스' 공연 사진. 일렬로 선 무용수들이 궁중 무용 '춘앵무'를 모티프로 한 안무를 추고 있다. 사진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의 신작 '행 플러스마이너스(+-)'는 궁중 무용인 '춘앵무'를 기반으로 한국 무용의 움직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옥스퍼드 무용사전과 세계현대춤사전에 등재된 현대 무용가 안애순이 만들었다.

작품을 보면 "한국 춤 고유의 움직임을 현대 무용의 기법으로 해체했다"는 안애순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1막에서 일사불란하게 열을 맞춰 춤을 추던 무용수들은 서서히 행과 열을 바꾸어가며 흩어진다. 팔과 다리의 움직임도 점차 제각각으로 변한다. 한 줄로 서서 같은 춤을 추던 무용수들이 흩어지고 각기 다른 춤을 추며 춘앵무는 해체된다. 전통에서 현대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듯한 연출이다.

국립무용단 '행 플러스마이너스' 컨셉 사진.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전통과 현대의 대비를 보여준다. 사진 BAKI


정적인 1막과 달리 2막에서는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퍼지는, 클럽처럼 번쩍거리는 무대 위로 무용수들이 한 명씩 등장한다. 바닥을 구르며 몸을 웅크렸다 도약하는 안무는 현대 무용을, 가슴을 튕기며 팔을 휘두르는 동작은 스트릿댄스를 연상시킨다. 콕 집어 '이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장르 변주가 계속되지만, 그 안에 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한국 무용의 특징이 녹아있다. 빠른 비트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무용수들은 마당놀이의 광대에서 현대 무용가로, 거리의 댄서에서 전통 무용 계승자로 모습을 바꾸며 자유자재로 변한다.

국립무용단 '행 플러스마이너스' 공연 사진. 2막에서 무용수들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 춤을 선보인다. 사진 국립극장


영화 '화차', '길복순', '불한당' 등에 참여한 음악감독 김홍집·이진희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민요, 앰비언트 사운드(바람소리, 도시 소음 등 현장음), 국악기와 서양악기, 무용수들의 구음 등 다양한 사운드를 사용했다. 소리꾼 이승희도 1막 후반에 무대에 서서 막의 전환을 알린다. 의상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tvN)의 의상 디렉터 김영진이 맡았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행 플러스마이너스(+-)'는 9월 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볼 수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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