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센데 자전거 속도로 간다…태풍 산산에 日 기록적 폭우

정은혜 2024. 8.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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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일본 남서부 오이타현 유후시에서 태풍 산산이 쏟아낸 폭우로 차량이 침수된 모습. 교도통신=연합뉴스

제10호 태풍 ‘산산’이 일본 남서부를 느리게 지나가면서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내고 있다. 30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산산은 이날 오후 2시에 일본 야마구치현 야나이시 부근을 시속 15㎞로 지나며 북동쪽 도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중심 기압은 994hPa(헥토파스칼)로 상륙 초기보다는 약해졌지만, 중심 부근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30m에 달해 매우 강한 바람을 동반하고 있다.

당초 산산은 도쿄 북동쪽 해안까지 이동한 뒤 소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동 속도가 이례적으로 느려지면서 다음달 1일 오사카 남쪽에서 열대저압부로 변질될 전망이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이 지나가는 서일본뿐 아니라 동일본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일본 대부분 지방에 경계 레벨 2~4를 발령했다. 레벨 4는 특별경보로 해일과 산사태를 주의해야 한다.

30일 오후 2시 일본 야마구치현 남부를 지나가고 있는 태풍 '산산'. 사진 일본 기상청

일본 기상청이 산산을 “경험 못 한 태풍“으로 언급한 이유는, 강도도 거세지만 이례적일 정도로 느린 이동 속도 탓에 많은 비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태풍이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쿄 남서부의 가나가와현 오다리시에는 평년 8월 한달치 강우량의 2배에 달하는 327㎜의 비가 이날 정오까지 24시간 만에 내렸다. 일본 기상청은 도카이 지방에는 31일~9월 1일 사이 24시간 동안 4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교수는 “일본에 이 정도 강도의 태풍은 과거에도 온 적이 있지만, 자전거가 달리는 수준의 속도로 이동하는 태풍을 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산산이 오사카 부근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런 경우 큰 피해를 주는 비를 쏟아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9년 8월 대만에서 70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실종자를 발생시킨 태풍 모라꼿도 느린 속도로 이동하면서 나흘 동안 여러 지역에 3m(3000㎜)에 달하는 비를 쏟아냈다.


기후변화 진행될수록 ‘느린 태풍’ 잦아져


30일 기상청 천리안2A호 위성으로 본 태풍 산산의 모습. 기상청 제공
문제는 기후변화가 가속할수록 ‘느린 태풍’이 많아질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문일주 교수는 “온난화가 진행되면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중위도와 고위도의 온도 차가 낮아지는데, 그러면 편서풍이 약해지기 때문에 태풍의 이동 속도도 느려질 거란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 산산은 일본으로 향했지만, 9월에는 기압계의 상황에 따라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이경호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사무관은 “9월까지 태풍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시기인 만큼, 태풍의 길이 어느 쪽으로 열리는 지가 중요하다”라며 “아직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한 상태인데 두 고기압이 어떻게 분리되는지, 태풍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 상층 기압골을 만나는지에 따라 우리나라로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태풍 산산 영향에 경상권 동해안 강풍 주의보


제10호 태풍 '산산' 영향으로 부산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2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인근에 강한 빌딩풍이 몰아쳐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이 힘겹게 걷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도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기상 특보가 내려졌다. 태풍의 간접 영향을 받는 경상권 동해안 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동해와 남해 전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산산이 일으키는 동풍이 유입되면서 태백산맥 동쪽은 낮 최고기온이 내려갔지만,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기온이 높아지는 승온 효과가 일어나는 탓에 우리나라 서쪽 지역 대부분은 폭염 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경기도와 전라권, 경상권, 강원권 일부 지역에는 폭염 경보도 발효됐다.

주말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이 맑은 가운데 최고 35도에 이르는 더위가 나타날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아침 최저기온은 23~24도, 한낮 기온은 31~33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 영동 지역은 동풍의 영향으로 31일까지 5㎜ 내외의 약한 비가 내릴 전망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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