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반딧불축제, 휠체어 타고도 즐길 수 있을까

무주신문 박채영 2024. 8.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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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연령층 아우르는 프로그램만큼 신체 다양성 고려한 축제 환경 조성 필요

[무주신문 박채영]

제28회 반딧불축제가 열리는 무주예체문화관부터 전통생활문화체험관 일대 시설 일부가 노약자와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해 대책 마련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8월 31일부터 열리는 반딧불축제.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약속한 반딧불축제는 국내 최초로 축제의 ESG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SG 개념 중 'S'는 Social(사회)을 뜻하는 것으로 인권과 소수자 권리 보장을 기업과 사업의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반딧불축제는 'S'의 가치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의 '2018 장애인편의시설 전수조사표'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편의시설 설치기준을 바탕으로 반딧불축제 현장을 검토했다.

비장애인에게만 보장된 이동권?
 반딧불축제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건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 무주신문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건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길은 수동휠체어 이용자가 혼자 오르기 어려운 각도였으며 고령자 또한 이동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하는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적절한 경사는 3.18도 이하다.

인도에서 도로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점자 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보행 경로에 가로수가 설치돼 있었다. 또 행사장 입구나 읍내에 있는 횡단보도 중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곳은 없었다. 이는 '장애인편의시설 전수조사표'의 적정 기준에 미달한다.

오르막길을 지나 첫 번째로 마주하는 예체문화관 광장 주변엔 조형물이 연달아 설치돼 유아차나 휠체어 이용자는 광장을 한참 돌아가야 진입할 수 있었다. 광장은 돌이 박힌 바닥으로, 보행 보조기나 유아차, 휠체어 이용자가 광장을 이용할 때 강한 진동에 불편을 겪는 환경이다.

이동권 보장이 부족한 곳은 예체문화관 광장만이 아니었다. 야외 행사장 대부분이 모래나 잔디가 깔려 있어 바퀴가 달린 이동장치에 방해됐다. 또 공원이나 광장에 들어가는 경사로에 볼라드(차단봉)나 돌로 된 구조물이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에체문화관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휠체어 경사로 앞에는 돌이 세워져 있어 사고 위험도 있다.

박철교 무주장애인·노인종합복지관 팀장은 "축제장 대부분이 휠체어로 이동하기는 어려워 거의 최북미술관 앞에서 진행되는 행사에만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동휠체어 이용자로 산골영화제나 반딧불축제에 참여할 때 대부분 이동을 도와줄 사람과 동행해 왔다.

실효성은 떨어지는 장애인·노약자 편의시설

반딧불축제 리플렛에서 제공하는 지도에는 수유실과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와 유아차 대여소 위치가 안내돼 있다. 현장에 방문한 결과 지도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 네 곳 중 절반은 외부에 장애인 화장실 표지판이 없었으며 화장실 내부 공간은 기준보다 좁았다.

출입문이 고장 났거나 외부에서 화장실 사용 여부를 알 수 없는 곳도 일부 있었으며 문화시설에 의무적으로 있어야 하는 세면대 대신 샤워기가 설치된 곳도 있었다.

자녀를 동반한 방문객을 위한 영유아용 거치대는 어떨까? 행사장 인근에 설치된 영유아용 거치대는 전부 여자 화장실에만 있었다. 이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남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일부 거치대는 파손돼 있었으며 화장실 통로에 설치돼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것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용 거치대를 남녀화장실 각각 1대 이상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장애인 특성 고려한 접근권 보장 필요해
 인도에서 도로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점자 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 무주신문
전북 무주군은 올해 조명을 활용해 반딧불축제가 열리는 공간을 다채롭게 연출하고 매일 열리는 유명 가수의 공연과 체험형 프로그램 등으로 축제의 차별성을 더했다. 예년과 달리 개·폐막식에 수어 통역과 등나무운동장에 휠체어 전용석을 배치해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관내 장애인들은 당사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장애인 접근권'이라고 밝혔다. 무주장애인·노인종합복지관 지역사회팀 홍원기 팀장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시청각장애인 중 점자나 수어를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며 "수어 통역이나 점자 안내보다는 문자 통역과 음성 안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화려한 조명과 특수효과, 폭죽이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설명하며 "시청각 자극에 대한 사전 안내가 있으면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에 대비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경남 진주시는 지난해 남강유등축제에서 장애인 참여를 위해 배리어프리 자료집을 제작했다. 진주시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축제장 경로 안내를 별도 제공하고 '배리어프리 가게' 목록을 만들었다.

또, 진주 시내에 있는 문화시설의 접근권을 정리한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자료집에는 장애인 화장실, 음성안내기 유무, 점자블록과 손잡이 설치 유무, 경사로 등의 정보와 시설 사진이 실렸다.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을 아우르며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고 있는 반딧불축제.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지금, 더 세심한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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