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더러 걸으라고?” 日지자체장 화낸 20m, ‘노카존’이었다

강창욱 2024. 8. 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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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고현지사, 20m 걷게 했다고 직원 질책
애초 차량진입금지 구역… 현의회 조사
돌아갈 땐 표지판 치우고 관용차로 픽업
사이토 모토히코 일본 효고현 지사. 사이토 지사 엑스(X) 계정


‘갑질 논란’에 휩싸인 일본 효고현 지사가 박물관 출장 당시 관용차에서 내려 걷게 했다고 직원에게 호통을 친 곳이 원래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차량 진입 금지 구역이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업무상 필요한 지도였다”던 지사의 해명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사가 돌아갈 때는 진입 금지 표지판을 무단으로 치우고 차량을 현관까지 갖다 댄 것으로 나타났다.

효고현 의회 백조위원회(특별조사위원회)가 30일 진행한 증인문에서 논란의 현장에 있었던 직원은 사이토 모토히코(47) 지사가 관용차에서 내린 지점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차량 정지’ 표지판이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차에서 내린 사이토 지사는 “왜 이걸 치워두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고 직원은 진술했다. 차량 진입 금지 구역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무시하려 했다는 의미다. 직원은 사이트 지사의 지시에 따라 표지판을 치웠다고 했다.

그는 “매우 강한 질책이었고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며 “차단기(차량 진입을 막는 장애물)라 손을 대는 게 맞는지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동시켰다”고 위원회에 말했다.

지사의 질책에 대한 질문에는 “사회 통념상 필요한 범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치에 맞지 않는 질책을 받았다고 느꼈다”고 답변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11월 28일 사이토 지사가 효고현 하리마초 현립 고고학박물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할 당시 지사를 마중하는 역할을 맡았다. 관용차는 오후 1시부터인 회의 시작 직전에 도착해 차량 진입 금지 구역 바로 앞에서 사이토 지사를 내려줬다. 이 지점에 진입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일본 효고현 하리마초에 있는 현립 고고학 박물관 입구. 사이토 모토히코 효고현 지사가 관용차에서 내려 걸어간 것으로 알려진 입구까지의 구간. 요미우리신문 기사 중 발췌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효고현 니시하리마 지역 현민국장(60)이 올해 3월 언론사에 보낸 고발 문서에는 ‘사이토 지사가 출장지 시설 현관 20m 앞에서 관용차를 내려 걸어가게 되자 직원에게 호통을 쳤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사이토 지사는 표지판이 고정된 게 아니라 손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자신을 마중 나온 직원 2명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느냐”며 강하게 나무란 것으로 알려졌다. 왜 미리 치우지 않아 걸어가게 만드느냐는 취지였다.

그는 지난 6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원활한 동선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취지였다”며 “어디까지나 업무상 필요한 지도로서의 발언이었고 괴롭힘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는 “직원들에게 불쾌한 경험이나 부담을 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사의 행동이나 발언이 예상보다 더 직원들에게 (강하게) 전달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했다”며 사과했다.

해당 구역은 박물관 운영 규칙상 긴급 차량을 제외하고는 진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방문객이 안전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박물관에서 그동안 여러 회의가 열렸지만 표지판을 옮겨 차량이 현관에 도착하도록 한 사례는 없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사이토 지사 수행을 담당하는 현 비서과는 그곳이 차량 진입 금지 구역임을 사전에 파악했다고 한다. 현관까지 관용차를 대기시키려고 박물관 측에 문의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회의를 준비한 히가시하리마 현민국은 “지사가 관용차에서 내려 걸어간 동선은 예정대로였다”고 설명했다.

백조위원회는 지난 23일 비공개 증인신문을 먼저 진행했다. 이 자리에 출석한 현 직원은 “현관에 현 직원 2명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그곳까지 (차로)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후 관용차는 박물관 허가 없이 진입 금지 구역을 통과해 현관에 도착한 뒤 지사를 태우고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이 독단적으로 표지판을 옮겼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허가 없이 진입한 것은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인문에 출석한 직원은 “지사가 화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태우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며 “결과적으로 규칙을 어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부까지는 아니지만 직원들이 너무 앞서 나간 분위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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