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때문에 부정맥 생겼다는 남편, MC들도 경악
[이준목 기자]
사랑이라는 핑계로 아내를 24시간 통제하며 가스라이팅하는 남편, 소중한 사람을 잃은 정신적 아픔으로 무기력과 우울증에 빠진 아내의 사연이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겼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부부 솔루션 <이혼숙려캠프>에서는 세 번째 참가 커플인 '갓생 부부'의 사연이 그려졌다.
고산-황보라 부부는 중학교 선후배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성인이 돼 직장동료로 재회했다. 당시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로 연애에 이어 결혼했다. 현재 두 부부는 삶의 철학과 방식에서 극명한 온도 차이를 드러내며 갈등을 빚고 있었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JTBC |
남편의 또 다른 불만은 아내는 남편의 질문에도 답을 회피하거나 무반응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부정맥이 생겼고, 출혈까지 있었다고 고백했다. 아내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한 남편은 "아내가 지금보다 더 의욕적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부부간의 대화 밸런스를 찾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엔 아내의 입장이 공개됐다. 알고 보니 남편은 지나친 '갓생'을 강조하며 아내와 두 자녀까지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 맞추도록 압박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자기 계발을 명목으로 가계부 관리에서 독서, 다이어트, 영어 공부, 블로그 운영까지 여러 가지를 끊임없이 강요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아내의 자존감을 꺾는 남편의 일상적인 비아냥과 막말이다. 외식 자리에서 남편은 식사 중인 아내에게 "어렵게 뺐는데 (살이) 도로 찌는 것 아니냐"며 비꼬았다. 남편은 가계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아내를 질타하며 "일도 안 하는데? 지금 노는 엄마들이 어디 있냐"면서 가사노동과 전업주부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딸이 나중에 엄마처럼 결혼해서 집안일만 할 거라고 하면 뭐라고 할 거냐"고 질타해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JTBC |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남편이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본인 말만 맞다고 생각하는 '자기 확신'에 빠져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습관처럼 "생각은 한 끗 차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아내가 더 변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작 아내는 나름대로 열심히 남편의 원하는 기준을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소심한 성격의 아내가 남편의 일방적인 생각에 한 번씩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남편은 오로지 자기 생각만 강요했다. 아내가 남편과의 대화를 회피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게 된 건 이때문이다. 아내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했다.
심지어 남편은 가정용 홈캠으로 외부에서도 24시간 아내를 감시했다. 남편은 아내가 집에서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거나 멍하니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계속 자기 계발하라고 독촉했다.
지켜보던 MC들은 일제히 남편의 행태를 비판했다. 진태현은 "남편이 아내에게 말 좀 예쁘게 했으면 좋겠다. 남편은 좋은 말로 한다고 하지만 격려와 사랑이 아니라 남편이 원하는 모습으로 가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하선은 "아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상대가 원하지 않는 걸 사랑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일침했다.
통제에 지친 아내는 "나는 이 사람에게 뭐지? 내가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지 않을까"라고 고민했다. 남편은 모든 게 아내를 위해서라며 "사랑은 하지만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거다. 그래서 아내를 바꿔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부부는 심리치료 상담에 나섰다. 아내가 그동안 남편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공개됐다. 상담에 나선 아내는 "죽고 싶다는 무기력함이 있다.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고 항상 외로웠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내는 4년 전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정신적으로 큰 후유증에 시달렸고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고민했다고 했다. 아내가 자주 멍한 모습을 보였던 이유도 마음의 빈 곳을 채울 수 없다는 공허함 때문이었다. 아내는 "힘들 때 남편이 큰 버팀목이 되어줬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하겠느냐"라는 전문가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전문가는 상담 전에 진행한 사전 심리검사를 공개하며 놀라운 사실을 전했다. 아내는 매우 심각한 '우울증'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는 "검사 결과로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비로소 자신의 상태를 깨닫게 된 아내는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아내가 자신의 힘듦을 여러 번 고백하며 사실상 남편에게 S0S 요청을 했음에도 남편은 그저 "네 정신력이 문제"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JTBC |
하지만 전문가는 "그렇게 안 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일침을 놓았다. 전문가는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가는 과정은, 마치 등 뒤에서 총을 겨누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아내가 심각한 우울증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는 "아내에게 남편은 할머니가 떠나간 후 유일한 버팀목이자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끌려가고는 있지만 행복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지금은 아내를 좀 살려야 한다. 아내에게는 (남편이 원하는) 성장보다는 보호와 치료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남편은 전문가의 진단조차 여전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아내가 우울증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문가는 부부와 함께 진행한 상담에서 남편과 아내의 성향 차이를 설명했다. 남편이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은 나이가 들기 전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 목표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나를 찾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에 전문가는 아내의 마음 치유를 위하여 먼저 2년의 '회복 주기'를 줄 것을 부부 솔루션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남편은 일단 수용하면서도 반신반의하며 계속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상담을 마친 후, 전문가는 남편의 불신과 고집스러운 태도로 인하여 솔루션이 쉽지 않겠다며 우려의 시선을 드러냈다.
이어 갓생 부부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극 치료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먼저 아내를 위하여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나는 심리극을 펼쳤다. 아내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드러내며 하염없이 눈물을 펑펑 흘리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두 번째로 남편을 위한 심리극이 펼쳐졌다. 고집불통인 남편의 '나쁜 마음'과, 아내에게 공감해 주는 '착한 마음'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통하여 남편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심각한 심리극 도중 돌연 웃음을 터뜨리면서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보는 이들을 당황하게 했다. 남편은 "나쁜 마음이 하는 말에 더 끌린다. 맞는 말이니까"라거나 "한 끗 차이다. (아내가) 조금만 더 하면 되긴 하는데"라면서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아내의 고통에 공감해 주지 못하는 '불통'의 면모를 드러냈다. 지켜보던 다른 부부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고 아내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과연 이 부부는 달라질 수 있을까. 이어진 다음 주 예고편에서는 변호사와 함께 현실적인 이혼 조정에 돌입하며 달라진 갓생 부부의 분위기와 최종 결말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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