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죽음... 팀 버튼의 작품은 왜 음침할까
[김효원 기자]
▲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포스터 |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유령과 대화하는 영매로 유명해진 '리디아'와 그런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10대 딸 '아스트리드'가 주인공이다. 방황하던 아스트리드가 함정으로 저세상에 빠지자, 리디아가 딸을 구하려 '비틀쥬스'를 소환하는 이야기다.
유령, 영매, 저승, 죽음. 팀 버튼은 주로 이렇게 오싹한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 왜 그는 이런 소재의 영화를 창작하는 것일까. 그의 데뷔작 <빈센트>를 보면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팀 버튼의 단편 영화 <빈센트>는 겉으로 얌전한 아이처럼 보이는 빈센트가 실제로는 잔혹한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중 빈센트는 고모를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고문하거나 아내를 죽이고 시체를 마당에 묻는 등 다소 가혹한 행위를 상상한다. 이런 극단적인 상상은 아이가 쓰러진 채 에드거 앨런 포의 시 '갈까마귀'를 읊는 것으로 이어진다.
빈센트는 힘없는 목소리로 천천히 에드거 앨런 포의 '갈까마귀(The Raven)'에서 나온 구절을 웅얼거렸어요. "그림자에서 빠져나와 바닥 위에 떠 있는 채로 누워있는 나의 영혼은 절대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젠 끝이야." (영화 <빈센트> 中)
'갈까마귀'는 팀 버튼 영화에서 종종 등장한다. 이는 변방에 있는 이들을 은유하는 소재이자 다름과 특별함의 상징이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모자 장수가 앨리스에게 "갈까마귀와 책상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를 반복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의 답이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팀 버튼은 이러한 장면을 통해 세상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고 말한다.
▲ 영화를 모니터링 중인 팀 버튼 |
ⓒ 팀 버튼 공식 홈페이지 |
▲ 영화 <빈센트> 포스터 |
ⓒ 팀 버튼 공식 홈페이지 |
팀 버튼은 2009년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연 개인전 인터뷰에서 유년 시절을 회고하며 "'정상'이라는 단어가 항상 두렵다. 그 말은 어떤 면에서 굉장히 선동적이고 두려운 단어"라고 언급했다. 평범함의 강요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강조한 것이다.
그의 유년 시절은 별종 취급 당한 경험으로 가득하다. 공동묘지에 가서 기괴한 상상을 하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 내성적인 성격으로 따돌림당한 학교, 피규어를 모은다는 이유로 기피하던 또래 여학생들.
그는 데뷔작 <빈센트>에 자기 경험과 생각을 투영한 인물을 등장시켰다. 작중 주인공 빈센트는 주류사회에서 별종이라 취급되는, 낯선 이방인의 위치에 있는 캐릭터다.
빈센트가 만든 기묘한 세계는 일반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그린다. 어머니는 밖에서 놀라고 아이를 혼낸다. 바깥의 시선으로 어린이가 방 안에만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빈센트의 시선에서 어머니의 말은 자신을 부정하며 내뱉는 한낱 잔소리에 불과하다.
'보편성'과 '정상성'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빈센트의 어머니는 보편성을 강조하며 빈센트에게 정상성을 요구하지만, 빈센트의 상상은 특이할 뿐이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은 어릴 때 했던, 누군가는 지금도 하고 있을, 자기만의 상상이다.
영화는 현실과 상상의 위치를 바꾸고 경계를 무너뜨리며 기존에 자연스럽게 여겨진 관념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현실의 문제를 새로이 인식하게 한다.
남들과 다른 생각이라고 틀린 것이 아니다. 별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포함한 앞으로의 팀 버튼 영화에는 어떤 별난 상상이 담길까. 9월 4일이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sa__ppy)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