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용산에 포위된 한동훈 "내가 당 대표다" 반격

곽우신 2024. 8. 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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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갈등만 노출한 국민의힘 연찬회... 권성동 등 당내 친윤 은 한 대표 직격

[곽우신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가 '윤-한 갈등'만 노출한 채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찬회 만찬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용산 대통령실의 불편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여당 연찬회에서 불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예전과 달리 간식이나 다과도 보내지 않았다.

정부 관료들이 의료 개혁과 관련해 설명하는 자리, 국회의원들이 동료 의원 강연자로 나선 자리에 한동훈 대표는 '일정상' 자리하지 않았다. 한동훈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사실상 여당 당 대표에게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한동훈 대표는 '원외' 당 대표의 한계, 그리고 여전히 '친한계'가 당내 소수파라는 현실에 부닥치게 됐다. 당 안팎으로 포위되어 압박을 받는 그가, 이 난국에서 어떻게 정치력을 발휘해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찬회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 "다 들은 얘기"라며 자리 떠난 한동훈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연찬회 참석 여부는 여론의 관심을 모았지만, 당초 30일로 예정됐던 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이 추석 이후로 연기됐을 때부터 사실상 불참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연찬회 전부터 이미 '엠바고'가 걸린 채 윤 대통령의 불참 사실이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29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당정 간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했지만, 정작 한동훈 대표를 향한 불편한 감정을 여러 경로로 그것도 지속적으로 표출하는 모습이다. 이날 연찬회 보고에 나선 정부 관료들은 입을 모아 현 정부의 의대 증원 기조에 문제가 없음을 강변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우리가 만약 과학적 근거 없이 의료계에 굴복해서 의대 정원을 다시 변경하거나 뒤집는다면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굉장히 실망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응급실의 여러 문제점이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생긴 것처럼 말하지만, 이것은 구조적 문제, 계속 일어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혼란에 당정이 협력해 한목소리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정부의 기조에 당이 따라올 것을 요구했다. "6개월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라는 말도 나왔다.

원래 연찬회 계획에는 없다가 추가된 이 일정은, 대외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을 여당 의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사실상 그 내용은 한동훈 대표 측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는 뉘앙스였다. 정작 그 자리를 일정상의 이유로 떠났던 한 대표는 기자들의 물음에 "나는 이미 다 들은 이야기"라고 짧게만 답했다.

'민심' 강조한 한동훈 vs. '단합' 강조한 추경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8.29
ⓒ 연합뉴스
원래 연찬회는 국회 개원이나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며 향후 원내 의정활동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다. 그러나 이날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라는 여당 '투 톱'의 메시지는 묘하게 결이 달랐다.

대표적으로 29일 만찬장에서 한동훈 대표가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여는 출발" "민생을 향해, 국민을 향해서, 국민 속으로, 뛰어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외친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똘똘 뭉치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동훈 대표 역시 30일 연찬회 마무리 발언에서 "똘똘 뭉치자"라며 같은 구호를 외쳤지만,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 데는 맥락이 있다.

'민심을 듣고, 민심을 용산에 전달하겠다'는 메시지는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에서부터 내세웠던 기조이다. 이번 '의대 증원 유예'를 제시할 때도 그는 '민심'을 내세우며, 현 정부의 인식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관련 기사 : 한동훈, 용산과 전면전? "민심 들어본 결과, 현 상황 심각"). 반면, 추 원내대표는 '단합'을 강조하며, '원 팀'을 내세웠다. 김기현 전임 대표 시절부터, 친윤계는 윤석열 대통령을 위시한 용산 대통령실과 당이 '원 팀'이 되어야 하고, 이를 명분 삼아 당내 이견을 '내부총질'로 몰아세워 왔다.

30일 동료 의원 강연은 한층 수위를 높였다.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라고 했던 권성동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당정이 일치가 되지 않고 분열돼 대통령과 당이 따로 갔을 때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예가 하나도 없다"라며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하다"라고 직격했다(관련 기사 : 한동훈 직격? 권성동 "눈 앞 이익만 보고 행동하면 다 실패").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라고도 비난했다. 김정재 의원 또한 "당을 위해 충정어린 충언을 하시라, 그러나 그것이 내부총질이 돼선 안 된다"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채택한 결의문 문구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와 함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행복한 내일을 준비하겠다"라며 "국민의 민생과 안전을 지키고,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의료·교육·노동 4대개혁을 책임 있게 이행"하겠다고 적었다.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를 지키는 정당으로서, 민생과 국익을 훼손하는 야당의 막말과 거짓 선동에 단호히 맞서 싸운다"라는 결의도 포함됐다. 결국 모든 메시지가 '당정 일치'로 수렴하는 셈이다.

대통령 메시지 정면으로 반박한 한동훈... "내가 당 대표다"

이같은 압박에 한동훈 대표는 '참지 않고' 있다. 이날 연찬회 폐회식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많은 국민들께서 걱정하는 부분, 불안감을 갖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의료 현장이) 심각한 상황이 맞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현장에 가보라'라고 기자들의 비판을 일축했던 것과는 정반대이다.

한 대표는 "국민 건강과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에 더 돌다리 두드려가면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씀"이라며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 제 대안만이 유일한 정답이란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예안을 절대적인 대안으로 고집하지는 않겠지만, 정부 측에서 지금 상황을 타개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또한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현 갈등을 당정 갈등이 아니라 한정(한동훈-정부) 갈등으로 규정하는 시선에 대해서 "그 일각이 대통령실 일부인 것 같은데 그렇게 익명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상황을 그렇게 좋게 만드는 것 같진 않다"라며 "내가 당 대표다. 그렇지 않으냐?"라고 따져 물었다. 마치 과거 '윤핵관'들이 그러했듯, 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익명으로 언론에 코멘트하는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셈이다.

당정 간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지만, 정작 윤석열 대통령과 추가로 만날 계획이 있는지 물었을 때는 "따로 들은 바 없다"라고 거리를 뒀다.

특히 연찬회 도중 마이크를 잡고 공개적으로 한 대표를 저격한 권성동 의원을 향해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특히 민심이 다른 내용들이 많을 경우에는 그걸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 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그러라고 (전당대회 당시 당원과 국민) 63%가 저를 지지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름 당내에서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그런 대안을 냈던 것이다. 당 대표가 중요한 상황에서 의견을 낼 때마다 전 당원 투표나 의원총회를 거친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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