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설' 주장한 두 사람, 수녀가 알게 된 진실
[안지훈 기자]
지동설을 주장하다 종교재판까지 받고 종교재판에서 지동설을 부정하며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재판장을 나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다는(재판에 참석한 증인 빈체노에 의해 전해진 일화지만, 실제로 이 말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 기자 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그려진다. 지동설을 믿었던 또 한 명의 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와 함께다.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와 케플러, 두 인물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호기심 많은 독일의 수학자 케플러의 편지에서부터 시작된다. 케플러는 자신의 책 원고를 갈릴레오에게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갈릴레오는 못마땅해하며 케플러 연구의 문제점을 찾는다. 그러던 중 지동설을 대입하면 획기적인 연구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그렇게 둘의 연구가 시작된다.
▲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사진 |
ⓒ 주식회사 랑 |
하지만 갈릴레오와 케플러는 지동설을 옹호했다. 자신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했고,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연구 모형에 대입해 보니 지동설이 응당 맞는 것이었다. 남들이 아니라 해도 자신이 실제로 본 것을 어찌 부정하겠는가.
극 중에는 "강요된 진실"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대 종교가 강요한 천동설을 두고 한 말이다. 생각해 보면 오늘날에도 강요된 진실은 존재한다. 중세에는 종교가 주로 진실을 강요했다면 오늘날에는 더욱 다양한 주체가 진실을 강요한다. 정치가, 이데올로기가, 문화가 허구를 진실로 둔갑시켜 강요하곤 한다. 그 극단은 '2+2=5'라고 믿는 조지 오웰의 소설 속 사회다.
강요된 진실의 문제는 상상을 제한하는 데 있다. 진실과 다른 것에 대해 호기심을 두지 못하게 하고, 다른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 설령 다른 진실을 봤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본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케플러는 상상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도, 말도 안 되는 꿈이라도, 질문 끝에서 답을 찾듯 상상 끝에서 사실을 찾아"(넘버 '살아나') 하고 노래하며 새로운 우주를 상상했다. 그리고 그 상상을 갈릴레오와 함께 이야기했다. 갈릴레오는 교황청으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용기를 보였다.
세상이 핍박하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그 누구도 자신을 알아봐 주지 못하더라도 이야기를 이어간 케플러와 갈릴레오. 그 용감한 상상을 지금의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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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경우, 믿음이 강고한 사람일수록 믿음에 반하는 것을 외면하고 부정하고 폄하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수녀인 마리아는 웬만한 사람들보다 당대 신학자의 천체 해석, 즉 천동설에 대한 믿음이 강했을 것이다. 그래서 한때 아버지와 심하게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마리아에겐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면이 있었다. 자신이 굳게 믿고 있는 사실과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그래서 마리아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다. 그렇게 자신을 구성해 온 세계관과 전혀 다른 사실을 목격한다.
케플러와 갈릴레오의 꿈을 향한 용감한 상상력도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마리아의 태도 역시 우리에게 필요해 보인다. 다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진리라고 믿는 것을 한 번쯤 의심해 볼 수 있는 태도 말이다. <시데레우스> 속 "우리가 새롭게 알아야 할 것은, 새롭게 보아야 할 것은 아직도 남아있다"는 대사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다.
▲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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