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방치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전 복지부 장관 등 고소·고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피해자들이 30일 보건복지부 등 과거 정부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2011년 당시 문제가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때 수거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단 이유에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및 종교·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범죄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한 대책모임(대책위)’은 이날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진수희 전 복지부 장관 등 1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고소·고발 대상엔 진 전 장관 및 당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질병정책과장 등이 포함됐다.
대책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당시 정부가 해당 제품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데 그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8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사용 자제 및 출시 자제 권고 행정명령을 발령하고 3개월 뒤 6개 제품에 대해 수거 명령을 발동했다. 이 기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540명이고, 198명이 숨졌다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코에 호스를 낀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영철(60대)씨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시궁창 같은 삶이 시작됐다”며 “폐 기능이 정상 기준의 35%밖에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성엽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당시 정부의) 권고 조치 시행으로 540명의 피해자에 발생하게 된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73일 동안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시중에 방치됐고, 추가 피해가 양산됐다”고 주장했다. 황인근 NCCK 인권센터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13년이 지나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피해 규모와 비교하면 책임자 처벌이 엄정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소·고발 내용에 대해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2011년 서울아산병원이 “사망률이 매우 높은 원인 미상의 중증 폐렴 임산부 환자 입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치료가 안 된다”면서 질병관리본부에 역학조사를 의뢰해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이무송 교수 등이 가습기 살균제가 해당 폐 질환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환경부 통계(지난달 31일 기준)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7956명으로, 이 중 1868명이 숨졌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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