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최초 어린이재활병원, 파업은 면했지만 "직원들 떠나고 있다"
[장재완 기자]
▲ 강혜빈 전국보건의료노조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지부장. . |
ⓒ 이상호 |
강혜빈 전국보건의료노조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공공어린이재활병원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업을 면한 협상타결이 반가우면서도 아쉽기만 하다"며 "병원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비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 지부장을 만난 것은 29일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강당이다. 전날 밤 파업전야제를 열고 협상 결렬 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늦은 밤까지 이어진 충남지방노동위원회 2차 노동쟁의조정회의에서 회사와 극적인 협상타결을 이룬 다음날이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노조 조합원을 강당에 모아 협상결과를 설명한 강 지부장은 홀가분한 마음보다는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기쁨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심경을 전했다.
장애를 가진 자녀의 치료를 위해 그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며 병원을 찾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병원이 파업해서 치료를 못해요'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사측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병원 정상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도 멀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강 지부장은 "솔직히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협상 결과도 결과지만, 협상 과정에서 병원장님이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다는 것을 누차 표현하셨다. 그런데 막상 결정권한을 가진 대전시는 부시장 면담을 신청해도 병원 측과 이야기하라고 한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문제 해결을 하려 하지 않았다"고 협상과정을 설명했다.
대전어린이재활병원은 현재 대전시가 운영비 전액을 지원하고, 충남대학교병원이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예산이 더 들어가게 되는 직원 처우 문제 등에 대해 병원은 대전시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그렇다면 협상 결과는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노조의 요구는 직원 처우 개선을 통한 병원 정상화였다. 초봉 195만 원이라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미비, 비정규직 경력 미인정 등 직원처우가 너무 열악하다보니 개원 1년 만에 20여 명이 병원을 떠났다는 것. 결국 직원 처우를 개선해야 정상적인 병원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요구였다.
노사는 협상 결과, 오는 9월 1일부터 노조가 요구했던 경력인정을 반영키로 했다. 아울러 임금인상과 관련 기본급 2.5%를 인상하고, 개원기념일에는 근무 후 대체휴가제를 시행키로 합의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강 지부장은 "계약직 경력 산정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사안으로, 그 결정을 받고도 최소한만 반영하겠다고 하던 병원이 이번에 겨우 수용한 것이다. 또 개원기념일 휴무 같은 경우는 이미 충남대병원이 시행하는 제도"라며 합의된 내용이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요구였음을 강조한 뒤 "위험수당이라든지 더 많은 요구가 있었지만, 대전시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해서 노조도 그 이상의 요구는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강혜빈 전국보건의료노조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지부장. . |
ⓒ 이상호 |
이어 "수년 동안 장애아동 부모들과 시민사회가 병원 건립 운동과 모금운동을 펼쳤고, 이에 정치권이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 또 기업이 후원금을 보탰다. 그렇게 해서 전국 최초로 세워진 병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채용된 직원들도 장애아동 진료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전국에서 찾아왔고, 아주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다. 전문성과 경력을 모두 갖춘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런 분들이 지금 병원을 떠나고 있다. 직원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대전시는 병원이용객 중 대전시민 비율이 낮다면서 왜 대전시가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하느냐는 논리를 내세운다. 정말 한심한 소리다. 이 병원은 대전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재활난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병원 아닌가, 그래서 공공병원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래서 이번 협상 결과로는 떠나는 직원을 잡을 수 없고, 전문성을 가진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없어, 정상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는 것"이라며 "국비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지원이 있어야 병원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대전시의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강 지부장은 힘주어 말했다.
병원 운영시스템에 대해서도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탁기관인 충남대학교가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운영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공공병원이라는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전시가 수탁기관인 충남대학교에 어느 정도의 결정권을 줘야 한다. 아주 세세한 직원 처우 하나까지도 대전시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빠져나간 인력 충원이 계속 늦어지고 결국 치료에 대한 공백이 생기고 있다"며 "대전시는 권한을 수탁기관에 더 넘겨주고, 국비확보를 통해 예산 지원을 늘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지부장은 대전이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생긴 병원이다. 앞으로 호남과 영남 권역에도 생기게 될 텐데, 우리의 모든 것이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병원 운영 체계, 예산지원의 방식, 직원 채용과 처우 등 모든 것이 앞으로 생겨날 타 지역 병원들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하고, 공론화를 통해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시 한 번 정부지원과 관심을 촉구했다. 강 지부장은 "정부와 정치권, 대전시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여러분들에게 간절히 부탁드린다. 이 병원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기억해 달라. 이 병원은 재활난민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의 간절하고 간절한 바람이 모여져서 세워졌다. 우리 직원들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그 소중하고 간절한 마음들이 온전히 장애아동들의 치료에 쓰여질 수 있도록 정부지원과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관련 기사]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노사 극적 합의... 파업 면해 https://omn.kr/29z7m
"대전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노동권과 공공성 보장하라" https://omn.kr/29y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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