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생각하면 눈물"…2.5m 파고 뚫고 희소병 환자 구한 해경

최모란 2024. 8. 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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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해양경찰청 게시판에 올린 감사의 글을 본 312함 대원들은 A씨의 쾌유를 빌며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단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설동섭 함장 제공


3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3시 40분쯤 남편과 함께 인천시 옹진군 굴업도를 여행하다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A씨는 희소병인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전신 CRPS) 환자였다. 발병하면 도끼나 칼에 베이는 듯하거나 심한 작열감(타는 듯한 느낌) 등의 통증을 앓는다. 바람과 옷에 스치기만 해도 고통을 참을 수 없다고 한다.

A씨는 여행을 앞두고 72시간용 진통제 패치를 붙이는 등 대비했지만, 2박 3일 여행 동안 통증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설상가상 여분의 진통제 패치도 남아있지 않게 되자 A씨의 고통은 더 심해졌다.

A씨의 남편은 바로 119에 신고하면서 굴업도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날은 강풍으로 응급 구조 헬기를 띄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민들도 “파도가 너무 심해서 어선을 띄울 수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A씨 남편의 다급한 신고는 강풍을 피해 인근 덕적도 해상에 머물러 있던 해양경찰청 312함(300t급)에 전해졌다. 312함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강풍으로 2m~2.5m의 파고가 일면서 굴업도 선착장으로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해경은 최대한 선착장 가까이에 선체를 붙여 큰 파도를 막은 뒤 구명보트를 보냈다. 구명보트가 출렁이면서 탑승한 A씨 부부가 당황해하자 해경 대원들은 “몸에 너무 힘을 주면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 긴장하지 마라”고 안내했다. 312함은 A씨 부부를 태운 뒤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를 헤치고 1시간 40분 뒤 인천항에 도착했다. 대원들은 이동하는 내내 “금방 도착할 거다”라는 등 A씨 부부를 안심시켰다.

해양경찰청 312함의 모습. 설동섭 함장 제공


A씨는 지난 26일 해양경찰청 홈페이지 ‘칭찬해주세요’ 게시판에 A4용지 8장 분량의 글을 올리면서 사연을 알렸다. A씨는“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라며 “이 글을 꼭 312함 해경분들이 봤으면 좋겠다. 너무 고맙고, 이 글을 보신 높은 분들이 있다면 이분들이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무언가(상)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312함 대원들은 지난 29일 A씨에게 “칭찬의 글을 작성해 주셔서 감사하다. 건강하시라”는 내용의 응원과 함께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냈다. 312함 설동섭(57·경감) 함장은 “당연한 업무를 했을 뿐인데 긴 감사의 글을 올려줘 대원들의 사기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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