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해 교사, 교권보호위도 못 열어... "예뻐서 관심" 2차 가해도

김화빈 2024. 8. 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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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해자 "악으로 버티다 학교 떠나" 토로... 경찰·법원·교육청, '가해 학생 정보' 확인 나 몰라라

[김화빈 기자]

 딥페이크 가해자들이 "내기에서 이겼다"며 피해자에게 직접 사진을 요구하거나 텔레그램 겹지인 대화방을 찾는 모습
ⓒ 피해자제공
"피해자인 내가 왜 가해자 이름도 몰라야 하나 싶어서 알아봤는데 이름이 낯익었다. 제가 가르친 학생 이름과 똑같더라. 불안증세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으로 버틴다. 학교 사정 때문에 쉬지도 못 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 눈을 도저히 마주칠 수 없어서 허공을 보며 수업했다." -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교사 A씨

이런 상황이었지만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조차 열지 못했다. 되레 경찰과 학교로부터 "성인 딥페이크는 표현의 자유", "예쁘고 젊어서 받는 관심"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비수도권 중학교에 재직 중인 A씨는 2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신고한 사건을 경찰이 올해 2월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자가 특정됐다고 생각해 교보위를 신청했는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기록) 열람을 거절당했다"라며 "교육청 또한 '피해자 본인이 신청해야 된다'고만 답할 뿐 (수사기관, 법원 등에) 공문을 보내 제 피해를 구제하려는 노력은 안 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X(옛 트위터)를 이용한 이른바 '지인 능욕'과 '지인 대결' 피해를 확인했다. 딥페이크 기술과 피해자 신상 등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였다. A씨는 즉각 피해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신고했고, 오는 10월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 및 반포) 혐의를 받는 가해 학생의 첫 소년보호재판이 열린다.

A씨는 가해 학생이 누구인지 짐작할 뿐, 수사기관·법원·교육청으로부터 그와 관련된 정보를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다. "미성년자인 '보호소년'의 개인 정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피해 확인 후 10개월 넘도록 교보위를 열지 못하고 있다.

"사과? 연락 한 통 없는 가해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희영 위원장과 교사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 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2500여 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설문에 참가했다. 62%나 되는 교사와 학생들이 (딥페이크)성범죄 피해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유성호
A씨는 "가해자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딥페이크 피해학교 명단이 공개되면서 'OO중 출신 OOO(A씨) 겹지인 DM'이라는 글이 수시로 올라 온다"며 "이번 주에는 일부 여학생 제자들의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도 확인됐다. 아이들 스스로 피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 피해를 제보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보위 결과는 생활기록부에 기록이라도 남는다"라며 "가해자가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을 다루는 소년보호재판을 받고, 소년원에 안 갈 수도 있는데 그것이 제대로 된 처벌일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료 교사의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도 확인됐다"며 "운이 좋게 가해자가 잡힌 나라도 적극 나서 교사들이 겪는 피해를 공론화하면 교육 현장이나 관련 법안이 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가해 학생의 반성은 물론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 A씨는 "이쯤 되면 사과나 선처를 해 달라고 할 법도 한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 했다"며 "정말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교보위를 끝내 열지 못한 A씨는 가해 학생과의 분리를 위해 타 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A씨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며 "정말 어디든 좋으니 이 학교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인사 이동 발령을) 요청했고, 운이 좋게 (인근 학교에) 자리가 나서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었다"고 했다.

"학교·경찰, '딥페이크=철없는 행동' 정도로 취급"
 한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보낸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문자메시지.
ⓒ 김화빈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의 딥페이크 성범죄 못지않게 학교와 경찰로부터 당한 2차 피해도 A씨에겐 큰 고통이었다.

A씨는 "(가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 소속) 선생님과 친분이 있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호소했는데 '젊고 예뻐서 당하는 거다', '아이들의 관심'이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가해자의 행위를 철딱서니 없는 행동 정도로 취급하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동한 학교에서 가해 학생에 대한 교보위를 재차 요청했는데 동료 교사는 (교보위 대신 사전에 학생·학부모·교원 간 분쟁을 조정하는) '분쟁조정을 할 생각 있냐'고 물었다"며 "피해자라도 학생을 계도하라는 무언의 분위기나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토로했다.

더해 "경찰 신고 후 일주일 뒤 조사 받는 자리에서 형사가 'X에서는 성인 딥페이크를 표현의 자유로 본다', '성인이 피해자면 수사 협조를 받기 어렵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제 앞에서 대놓고 별것 아닌 것처럼 언급해 경악했다"고 떠올렸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성폭력처벌법 27조에 따른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A씨는 "올해 2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그제야 담당 수사관이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있다고 소개해 이틀 전(8월 27일)에야 배정받았다"라며 "경찰이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사전에 충분히 안내·고지했어야 함에도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피해 구제를 위한 교보위조차 열지 못하고 경찰·학교로부터 2차 피해를 겪으며, "아이들을 이끌어 주고 싶어 교사가 됐다"던 A씨는 "마음이 식었다"고 고백했다.

"특별하지도 않지만, 그저 아이들을 이끌어 주고 싶어 교사가 됐다. 학생들과 만나는 1년간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고백하자면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마음이 식었다. 지금도 내 이름이 X 등에 올라오지 않을까 매일 검색한다. 아이들에게 제 번호부터 일상, 상태를 공유하기 어렵고, 다가가는 것이 무섭다. 이 상태로 계속 교사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불법합성물 시청·소지 처벌규정 신설하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희영 위원장과 교사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2500여 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설문에 참가했다. 62%나 되는 교사와 학생들이 (딥페이크)성범죄 피해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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