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6300억 거래취소 사태
서비스 제공 당사자인 국내 증권사 '보상 책임 없다'
매매 중단으로 손실 입은 투자자만 '눈물'
지난 5일 전세계 증시가 폭락하며 '검은 월요일'이 재현됐다. 코스피는 이날 8% 넘게 하락하며 역대급 하락폭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192조원이 증발됐다. 다행스럽게도 이후 증시는 빠르게 회복세를 찾아가며 이제는 폭락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도 있다. 바로 폭락장 이후 중단 상태인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다.
5일 증시 폭락에 국내 투자자의 매도세가 몰리면서 미국의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은 오후 2시45분부터 체결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주문이 취소되면서 주간거래 주식 매매로 발생한 손익도 모두 말소 처리됐다. 주간거래가 종료된 후 정규장이 시작됐음에도 이전 주문 체결 취소 여파로 일부 증권사에서는 정규장 거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때 매매를 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국내 증권사 19곳에서 6300억원(약 9만계좌) 규모의 거래 취소 금액이 발생했다. 증권사들은 재발 가능성 등을 감안해 지난 16일부터 주간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미국 주식을 한국 낮 시간대에도 거래할 수 있는 주간거래 서비스는 삼성증권이 2022년 2월 블루오션과 제휴를 맺으며 도입됐다. 블루오션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야간거래를 지원하는 ATS 지위를 유일하게 승인받은 곳이다. 지난해 삼성증권과 블루오션 간 독점 제휴가 만료되자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블루오션과 제휴를 맺으면서 주간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19개 증권사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변동장세 속 늘어난 거래량을 감당하지 못한 블루오션 측 시스템 오류 때문이나 블루오션 측은 금융투자협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이번 사태를 보고했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며 보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도 보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원을 제기한 투자자들에게 보상이 어렵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거래위험을 이미 사전에 고지했고 해외 거래소 사유로 발생한 장애로 약관상 보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외화증권 매매거래 계좌 설정 표준약관상 면책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천재지변·전시·사변이나 여기에 준하는 불가항력으로 인정된 사유에 따른 매매 집행 지연 또는 불능에 의한 고객 손해에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서비스 중단이라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지만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당사자들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한다. 애꿎은 투자자들만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서학개미'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2058억4000만달러(약 28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5% 이상 증가했다. 외화주식 결제금액 중 약 96%가 미국 주식이었다.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같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증가는 증권사들의 수수료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은 약 5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증권사들은 커지는 해외 투자자를 겨냥해 앞다퉈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나자 나몰라라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를 믿고 거래를 한 것인 만큼 증권사들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 같은 거래중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송화정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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