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오피스의 김아영이 말하는 '젊음'이란?


Q : 오늘 지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차분한 느낌이에요.
A : 저는 오히려 이런 말을 들으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같아요. 저를 매체에서 접한 분들을 실제로 만났을 때 꼭 이런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Q : 사람들이 아영 씨한테 하는 가장 큰 오해는 뭔가요?
A : 제가 ‘맑눈광’ 캐릭터로 알려졌기 때문에 뻔뻔스러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죠.(웃음) 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다들 에디터님처럼 “목소리가 낮다”든가 “생각보다 차분하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저한테 편한 건 이런 모습입니다.
Q : 그럼 김아영이 생각하는 김아영은 어떤 사람인가요?
A : 저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예전엔 별생각 없이 제가 바라는 대로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저지르기도 했는데,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이렇게 하면 좀 그래 보이나?’ 하는 주저함이 생기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전보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생기다 보니 해주시는 대로 맡기게 되기도 하고요. 자신만 확고하다면, 밀고 나갈 수 있는 뚝심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Q :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도가영’을 연기했죠. 개그도 연기도 캐릭터에 몰입해 표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작업일 것 같아요.
A : 맞아요. 〈SNL 코리아〉(이하 〈SNL〉)에서 보여드린 캐릭터도 제가 아닌 모습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도가영으로는 우리 곁에 있는 친구 같은 친근하고 따듯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어요.

Q : 〈SNL〉에서 MZ 오피스 눈까리, X세대 서울 여자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특징을 잘 잡아서 캐릭터를 만들어요?
A : ‘MZ 오피스’ 대본이 나왔을 때, 제 첫 대사는 “감사합니다”였고 옆에 눈 이모지가 있었어요. 다들 대사가 많은 와중 저만 딱 한마디 하는데, 다음 (김)원훈 오빠의 대사가 “뭐야, 저 맑은 눈의 광인은” 이라 거기서 상상력을 펼쳐나갔죠. 제 절친 중에 말수가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눈이 가는 친구가 있어요. 모두가 시끄럽게 떠들어도 뒤에서 별말 안 하고, 무슨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걔가 딱 한마디 하면 집중되는 힘을 가진. 저는 그 친구가 되게 궁금했거든요. 그게 MZ세대 청년의 한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 MZ와 X세대를 연기하는 장인이죠. 시대를 불문, 젊다는 것은 무엇인 것 같나요?
A : 수줍어하는 성격이어서 뒤로 빠져 있는 편이래도, 젊은 사람들에겐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순수하다는 것. 어린 친구들은 이게 잘못된 건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로 생각한 대로 내뱉기도 하고 저지르기도 하잖아요. 시행착오를 겪죠. 그런데 30, 40대가 되면 사람들에게 치이고 나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게 돼 자신의 모습이 싫을 때도 있어요.
Q : 만 서른인 김아영은 그런 의미에서 젊나요?
A : 예전보단 아닌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아졌어요.(웃음) 하지만 제게도 마이 웨이 기질은 있어요. 저도 저만의 시간과 세상이 필요한 사람이라서. 제가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건 제 유튜브 〈아영세상〉입니다. 제가 직접 기획부터 휴대폰으로 촬영, 편집까지 해서 애착이 있죠.

Q : 〈아영세상〉은 연예인들이 하는 일반적인 브이로그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지나가는 할머니부터 연예인 동료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 시리즈나, 선택지에 따라 여행이 진행되는 기획같이 참신한 아이템들이 돋보였어요.
A : 저는 머릿속으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구현하는 데 엄청난 재미를 느껴요. 배운 적은 없어 휴대폰 편집 앱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려서 하는 중이죠.(웃음) 선택지에 따라 여행 루트가 달라지는 기획은요, 갑자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말이 떠올라 광고 하나를 따서 그 비용으로 스태프분들과 함께 다낭에 다녀온 거예요.
Q : 최근 김아영이 잘한 선택 혹은 잘못한 선택은 뭐예요?
A : 오늘 촬영 중간에 햄버거를 먹어버렸습니다. 샐러드만 먹고 끝냈어야 하는데. 다음 착장이 트레이닝복이라고 해서 먹었는데, 그 트레이닝복 상의가 배가 드러나는 크롭 기장이더라고요? 나쁜 선택이었습니다.(웃음)
Q :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관심이 많아요?
A :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건 필수적인 일 같아요. 거기서 제가 꽂히면 관심으로 발전하죠. 엄청 파고들어요. 어떤 일을 하든, 치밀하든 허술하든, 자기만의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 꽂히는 편이에요.
Q : 그 질문들에 정작 아영 씨는 답하지 않더군요. 인터뷰 기획 영상에서 아영 씨가 여러 사람에게 질문했던 것을 되묻고 싶어요. 당신은 왜 사나요?
A : 지금 이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게 있어서.

Q : 그렇다면 꿈은 뭐였나요?
A : 성우. 저는 먼 미래를 바라보기보다 그때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걸 선택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건 어릴 때의 꿈이었고요,(웃음)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어 삼수하고 연기를 시작한 후로는 꿈이 달라졌죠. 지금도 배우는 제게 너무 큰 직업처럼 느껴지지만, 감정을 이용해 뭔가를 표현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전 제가 꽂혀서 시작한 일은 아예 엎어지지 않는 이상 해내려 해요.
Q : 기성세대는 요즘 MZ들이 끈기가 없다, 참을성이 없다, 싫으면 바로 그만둔다고 하잖아요.
A : 저는 자기가 꽂히는 게 있어야, 그리고 그걸 성취해내는 경험을 한번 해봐야 뭔가를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그 자아 효능감이 주는 쾌감은 엄청나잖아요. 그래서 전 MZ세대 친구들이 정말 끈기가 없다기보단 아직 끈기를 가질 만한 좋아하는 걸 못 찾았고, 그런 성취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달려들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Q : 김아영의 콤플렉스는?
A : 빵떡 같은 볼살.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젖살이라 빠질 거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안 빠집니다.(웃음)
Q :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누군가의 답변 있어요?
A : 어떤 할머니께 요즘 고민이 무엇이냐고 여쭸는데, “어떻게 죽어야 할지가 고민입니다”라고 하셔서 놀랐어요. 자식이 요양원에 보낼까 봐 겁나기도 하고, 삶을 잘 마무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아직 제가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여서 저도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됐죠.

Q : 지나가던 사람들도 대답 잘해줘요?
A : 사이비 포교로 의심받은 적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곧잘 해주십니다. 저는 이 기획을 통해 고민에 빠져 있거나 힘들고 우울한 사람들에게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부정적이거나 뾰족하거나 재미없는 답변도 많은데, “그래도 괜찮다. 이런 것들이 잘못된 게 아니다”라는 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죠.
Q : 그런 김아영이 가장 재미를 느끼는 건 뭔가요?
A : 제 머릿속으로 상상한 걸 만들어냈을 때! 나중에 짧은 단편이라도 연출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촬영할 때도 지나가는 분에게서든 지인에게서든 ‘아, 나왔다’ 싶은 순간들이 있거든요. 제가 던진 질문과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분명하게 관통될 때, 쾌감을 느껴요.
Q : 다른 말인데, 좋은 인터뷰어가 되겠어요. 배우 김아영에게 질문 하나 던져볼래요?
A : 흠, 뻔한 것 같지만… 오늘 인터뷰한 기자님 어떤 것 같아?(웃음)
Q : 떨리네요. 답변도 해주세요.
A : 심도 있게 다가와주시고 제게 관심이 많다는 게 느껴져 편했어요. 요즘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특히 카메라 앞에서요. 그런데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이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면 그 사람만 보고 이야기를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 좀 전에 나이를 먹어가며 두려운 게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어떤 게 두려워요?
A : 나는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으면 어떡하지? 참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인데, 그럴 때마다 ‘그래도 항상 솟아날 구멍은 있다. 죽으란 법은 없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Q : 그렇다면 두렵지 않은 건요?
A : 혼자 있는 시간. 오롯이 혼자서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Q : 김아영은 강한가요?
A :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나약해요. 내가 흔들린다는 걸 받아들이고 바로 서려고 하는 사람, 계속 나아가는 사람, 그런 오뚝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 배우로서 ‘맑눈광’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은 없어요?
A : 얼마 전 사람이 가득한 엄청 조용한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어떤 분이 절 보고 “눈까리!”라고 외치시더라고요.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캐릭터를 굉장히 강렬하게 보셨구나 싶어 기뻤죠. 저는 〈SNL〉 출연으로 어떤 인기를 바라거나, 배우를 하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막상 관심을 받으니 너무 좋으면서도 거품일까 봐 무서웠고요. 감사한 관심이고, 저의 일면이니 앞으론 더 다양하게 절 보여줄 수 있길 바라요. 몇십 년은 연기를 더 하고 싶고,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뭐든 하고 싶습니다.

Q : 특정 캐릭터로 유명해진 사람들이 겪는 통과의례 같은 거죠.
A : 맞아요. ‘눈까리’는 제가 앞으로 어떤 걸 하더라도 계속 저와 함께하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웃음)
Q :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 있나요?
A : 오늘 화보 같은 캐릭터요. 살짝 불량스러운데 또 사랑스러운 역할이요. 차기작인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맡은 역할이 인간 몸속에 들어간 악마예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주인공인 박신혜 선배님을 보조하는 조력자죠. 전 악랄하고 장난스러운 모습도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Q : 오늘 화보 콘셉트 그 자체네요!
A : 그래서 시안을 보고 너무 신기했어요. 이렇게 화려하게 옷을 입는 아이는 아니지만, 느낌이나 눈빛이 닮았더라고요.
Q : 이번엔 저의 마지막 질문이에요. 김아영은 무엇을 믿나요?
A : 제가 흔들릴 때, 제가 여태까지 해온 걸 믿어요. 이걸 깨달은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사람이 일하다 보면 흔들리고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저는 뒤를 돌아보며 제가 해온 제 작업을 믿고, 제 곁에 친구들이 있다는 걸 믿어요. 그러면 제가 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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