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진료 원활" 尹 발언에, 野박주민 "벌거벗은 임금님이냐"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에서 의료대란과 관련 "비상 진료 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일축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보건복지위원장들이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복지위원장이자 민주당 당내 기구인 의료대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직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냐"며 "도대체 대통령이 사는 나라는 어디인가. 아니면 대통령은 응급실 갈 일이 없어 현실 세계를 전혀 모르는 건가"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의료대란은 이제 재난 수준"이라며 "지난 2월부터 응급실 뺑뺑이로 목숨을 잃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일례로 50대 급성 심혈관 환자가 15개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사망한 사건,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출산한 사건 등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도 복지부는 응급실 408곳 중 진료 제한이 발생한 곳은 5곳, 1.2%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며 "궁에 살면서 아첨하는 신하들의 말만 듣다가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걸은 임금님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낯설지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제발 현생을 사시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복지위원장을 지낸 김민석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도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응급 상황이 됐을 때 처치를 받지 못해 생사가 갈리거나 골든타임을 놓쳐 증상이 심각한 분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상태로 주변에 쌓이고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 사태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거나 이야기하는 분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같은 당 김한규 의원의 부친상과 응급실 의료 부족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언급한 뒤 "그런 분들의 분노와 가족들의 아픔이 쌓이고 있다"며 "분노들에 대한 이해 자체를 (정부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료현장의 위기설과 대통령실의 인식에 차이가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비상진료 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돼 있고. 현장에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관계자도 헌신적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신적인 의료진과 함께 반드시 의료개혁을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등 문제와 관련한 질문엔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라며 "지방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면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의료 개혁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답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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