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MBC에 질문 기회 주지 않은 윤 대통령

임병도 2024. 8. 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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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취임 후 세 차례 기자회견에서 질문 못 한 MBC... 지상파 중 유일

[임병도 기자]

▲ 질문받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MBC가 윤 대통령 취임 후 가진 세 번의 기자회견에서 단 한 번도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지상파 방송국 중에서는 유일했습니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집무실에서 41분간 국정 브리핑을 하고,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84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이날 질문한 기자는 총 19명이었습니다. MBC 기자는 질문을 하기 위해 수 차례 손을 들었지만, 대통령실은 끝내 그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대통령실 출입기자인 강연섭 기자에게 "특정 매체에 기회가 집중됐다. 어디 기자한텐 기회를 안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라고 물었습니다.

강 기자는 "(윤 대통령 취임 후 ) 오늘까지 세 차례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매체를 총 따져봤는데, 내외신을 포함해 모두 39곳이었다"며 "특히 2차례 이상 질문 기회가 주어진 곳이 KBS와 SBS 등 지상파를 포함해 모두 9곳이었는데, 그런데 지상파 가운데 MBC만 유일하게 세 차례 기자회견에서 단 한 번도 질문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대통령실에 MBC 기자만 질문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더니 "매체수가 많다, 제한된 시간에 매체별 특성을 고려했다는 답변뿐이었다"고 합니다.

강 기자는 "소통이라는 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한 불편한 질문에도 솔직하게 대답하며 이해를 구하는 게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언짢았던 윤석열 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과 소통을 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오히려 대통령이 얼마나 불통인지를 보여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이른바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국민들은 한일 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윤 대통령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 기회는 일본 기자에게만 돌아갔고, 추가 질문은 받지 않았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비판적인 주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공격적인 표현이나 동작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의대 증원이 마무리가 됐다는 대통령의 말과 달리 의료 현장이 체감하는 위기가 다르다는 질문과 지적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을 말하고 있다. 지역 종합병원 이런 데를 좀 가보라"며 다소 언짢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의대 증원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아래를 내려치는 동작을 보이면서 "무조건 안 된다.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내갈겨 놓고 안 했다"라고 말할 때는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방문조사도, 한동훈과의 관계도 문제없다는 대통령
▲ 기자회견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며 국정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여전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특혜성 조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저도 검사 시절에 전직 대통령의 부인을 멀리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서 조사한 일이 있다. 조사 방식이라는 것이 정해진 게 아니다"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서도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언급 안 하는 게 맞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채 상병 특검과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국회에서 무슨 청문회를 하지 않았나. 저도 방송으로 잠깐 봤는데 거기서 이미 외압의 실체가 없다는 게 자연스레 드러난 것 아닌가"라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 인사를 중용하다는 질문에 대해선 "나는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면서 "뉴라이트냐 뭐냐 이런 거 안 따지고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내내 한 번도 한동훈·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짧게 답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 제안에 대해선 "대통령이지만 국민 한 사람으로 볼 때 국회가 (먼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하지 않겠냐"라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과 취임 2주년에 이어 세 번째였습니다. 지난 4월 의대 증원 대국민담화와 6월 석유·가스 매장 발표 국정브리핑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습니다.

29일 MBC <뉴스데스크>는 클로징에서 "기자회견의 질문 속엔 여론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 오늘 대통령의 답변에는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며 "언론이나 많은 국민이 특별한 이의를 달기 어려울 거다", "뉴라이트 잘 모른다", "소통에 문제없다"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는 우려에도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 때문에 용산으로 간다고 했는데, 오늘 기자회견에서 여러분은 소통의 의지를 얼마큼 느끼셨습니까?"라며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동떨어진 나홀로 대통령식 소통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우회적으로 전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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