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프시장 부진 틈 타…경쟁사 대리점주 밥줄 끊은 '한성'
일상복 브랜드 '올포유' 변경 회유
최종계약 앞두고 돌연 '보류' 통보
취재 착수하자 "계약하겠다"
"살림에 보탬이 되진 못하더라도 대출금 상환이랑 임대료는 책임져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망하게 됐으니 어디서 생돈을 또 끌고 와야 할까요."
패션 기업 한성에프아이가 무리한 대리점 확장 과정에서 한 대리점주가 생계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성에프아이 브랜드와 대리점 계약을 유도한 뒤 정작 최종 계약을 앞두고 매장을 열어줄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다. 1999년 8월 설립된 한성에프아이는 테일러메이드와 레노마, 올포유 등의 브랜드를 대리점과 백화점 등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도에서 골프웨어 브랜드인 '핑'과 '팬텀'의 대리점을 운영하던 A씨는 한성의 일상복 브랜드 '올포유' 영업부장 B씨로부터 여러 차례 대리점 전환 권유를 받았다. 경기침체로 인해 국내 골프 시장이 부진한 만큼 일상복 판매가 더 좋다는 것이 설득의 이유였다.
올포유는 40대 이상 남성과 여성의 일상복 브랜드다. A씨는 핑과 팬텀 등 기존 브랜드가 매출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두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해 초기에는 B씨의 권유를 한사코 거절했다.
하지만 B씨가 한 달 가까이 설득에 나서면서 올포유 매장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A씨 매장 의류를 인터넷에서 판매할 수 있고, 의류 물량을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면서다. 최근 패션업체들은 내수 소비가 줄면서 대리점으로 보내는 의류 물량을 줄인 탓에 인근 대리점주들은 매장 운영의 어려움을 겪었다.
계약은 속도를 냈다. A씨는 "신상 매장과 이월매장을 하나로 하는 복합매장으로 열기로 결정했고 계약 마진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며 "간판 지원을 위해 회사 쪽에서 실측해갔고, 인테리어는 최저 비용을 들여 오픈하는 것으로 이야기도 끝마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간 마케팅을 위해 기존 대리점 선물을 할 수 있도록 사은품을 제공하겠다는 대화도 했다"며 "최종계약에 필요한 부대 서류 교환도 했고 매장 이름에 대한 협의도 끝마쳤다"고 말했다.
최종계약을 앞둔 A씨는 올해 가을·겨울(FW) 시즌부터 새로운 매장을 선보일 수 있도록 기존에 운영하던 두 브랜드와 계약을 해지했다. 핑과 팬텀은 각각 이번달 말과 다음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이 종료된다. 매장 재고도 본사로 보냈다.
하지만 돌연 한성에프아이 측은 A 씨에게 최종계약서 대신 매장 오픈 '보류' 결정을 통보했다. 인근에 있는 대리점주가 새로운 매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강력히 항의하면서다.
A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계약 단계에서 주변 대리점주의 항의와 관련해 B 씨에게 확인을 요청했고,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담당자가 노력해보겠다고, 회사 측에 이야기해본다고 한 게 벌써 일주일째"라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 코로나 때 빌린 돈 상환도 못 했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한성에프아이의 대리점 영업 방식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로 살펴볼 수 있고, 이번 사태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환국 제이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입증의 문제가 있지만) 반드시 도장을 찍어야만 계약체결이 아니기 때문에 판례상 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파기하게 되면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며 "법으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행위를 규율할 수 없지만, 최종계약 과정에 이르렀다면 이 계약을 믿음으로써 받은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성에프아이 측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내부적으로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하다, 지난 28일 A 씨에게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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