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파스텔의 마법사, 호암미술관을 色으로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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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랜 역사와 복잡한 매체, 이미지를 담고 있는 고미술 컬렉션에 전시 초점을 맞췄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됐고, 내가 알지 못했던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
몽환적 파스텔 작업으로 인간과 자연의 변화를 사유하는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44)가 한국 고미술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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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조각·파스텔 벽화 등 총 73점 전시
용인 호암미술관, 25년 1월 19일 까지
"한국의 오랜 역사와 복잡한 매체, 이미지를 담고 있는 고미술 컬렉션에 전시 초점을 맞췄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됐고, 내가 알지 못했던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
몽환적 파스텔 작업으로 인간과 자연의 변화를 사유하는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44)가 한국 고미술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신작을 선보인다. 무표정한 여인이 옆을 보고 있는 모습, 그 상반신은 청자 주자(靑磁 注子·청자로 만든 술병)다. 당나라 팔선(八仙) 중 하나로 전해지는 신선 이철괴(李鐵拐)의 호리병 형태로 만든 고려청자는 리움미술관 소장품 '청자 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에서 차용한 것이다.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가 8월 31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호암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국 고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파스텔화 신작 20점과 해당 고미술품, 자신의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회화와 조각 48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위해 6주간 미술관에 머물며 미술관 로비와 전시실 내부 벽면에 그린 대형 파스텔 벽화 5점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민화나 도자기 등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들은 전시 기간에만 만날 수 있으며, 전시 종료 후에는 폐기한다.
니콜라스 파티는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미술사의 다양한 작가와 모티브, 양식, 재료 등을 참조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이후 잊힌 파스텔화로 풍경과 정물, 초상 같은 전통적인 회화 장르를 재해석해 이름을 알린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고미술을 재해석한 새로운 작업 결과를 공개한다.
전시 준비 단계에서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을 참조한 파티는 초상(화) 신작 8점을 조선시대 '십장생도 10곡병'과 김홍도의 '군선도' 속 상징을 따와 상상 속 여덟 신선(팔선)을 형상화해 작업했다.
미술관 내부에 들어서면 관객을 맞는 작품 '동굴' 앞에는 조선시대 '백자 태호'가 놓여있다. '공룡' 연작은 청동운룡문 운판에 재현된 용(龍)의 이미지와 함께하며, '주름'과 '곤충' 연작은 겸재 정선의 '노백도'와 함께 전시되는 등 고미술품과 파티의 그림이 전시장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주름'과 '곤충' 연작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브론치노의 해부학적 인체 표현과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반 케셀 1세의 곤충 이미지를 참조한 작품. '목숨 수(壽)'자가 늙은 송백(松柏) 형상으로 늘어진 정선의 '노백도'와 함께 놓여 있어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호암미술관 로비와 전시장 벽 위에 작업한 대형 파스텔 벽화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비 중앙계단 벽면 5.5m 대형작품 '폭포'는 19세기 사실주의 작가 구스타브 쿠르베의 폭포 그림을 참조했지만, 붉은 돌 사이로 힘차게 쏟아지는 물줄기의 모습은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 인상을 선사한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조선시대 백자 '백자 태호'를 모티브로 작업한 9m 규모의 대형 벽화 '동굴'(2024)은 벨기에 상징주의 화가 윌리엄 드구브 드 뉭크가 하나의 색조로 동굴의 깊이를 표현한 것을 참조해 초현실적 동굴 풍경을 담아냈다. 그 앞에 '백자 태호'를 전시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표현됐다.
전시를 기획한 곽준영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장은 "니콜라스 파티는 파스텔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미술사의 다양한 요소를 자유롭게 참조하고 샘플링하는 작가"라며 "미로와 같은 공간에서 아치문을 통과할 때마다 만나는 낯선 무대에서 동서고금의 문화적 상징들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교차하며 우리의 상상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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