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와의 전쟁]삭제 반복하고 퀴즈 출제까지…딥페이크 범죄, 단속 피해 기승

이지은 2024. 8. 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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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강력 대응 움직임에도 '지인능욕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방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부터 5일간 19개의 대형 딥페이크 텔레그램방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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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딥페이크방 19개 삭제
재개설 반복하며 단속망 피해
입장조건 강화한 '검증방' 등장

텔레그램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강력 대응 움직임에도 '지인능욕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방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방을 폭파하거나 보안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을 조롱하며 범행을 지속하고 있다.

30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부터 5일간 19개의 대형 딥페이크 텔레그램방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1900명 입장방'도 포함돼있다. 해당 방에서는 여성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작된 딥페이크 음란물이 공유됐다. 이 밖에도 케이팝 아이돌과 교사,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제작을 의뢰하는 방도 있었다.

지난 28일 재개설된 한 딥페이크 텔레그램방. 10여개의 하위방이 개설돼있다. [사진=텔레그램 화면 캡처]
방 폭파로 감시망 피해…입장 시 면접 조건까지 제시

그러나 삭제된 텔레그램방 중 일부는 며칠 만에 동일한 이름으로 재개설됐다.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고자 여러 차례 삭제와 개설을 반복하며 범행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방이 몇 번 삭제되고 다시 생겨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방제 옆에 숫자로 차수를 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텔레그램방은 6번 삭제되고 다시 개설됐다는 의미로 방제에 '시즌 7'이라는 표식을 붙였다. 재개설된 방들은 불과 하루 만에 10여개의 하위 방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지역과 대학별로 방의 카테고리를 나눠 딥페이크를 제작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도마 위에 오르자 외부 노출을 우려해 방의 보안을 강화하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기자 전용 합성방을 운영 중인 텔레그램방은 퀴즈를 맞혀야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보안 수위를 높였다. '페미니스트는 □□다'라는 빈칸 채우기 퀴즈를 맞혀야만 입장을 허용한 것이다. 입장 시 면접까지 진행하는 이른바 '검증방'도 등장했다. 검증방에 입장하려면 △교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불법 촬영 사진 300장 소지 △딥페이크 음란물 다량 보유 △고등학교 재학 중 △지속적인 업로드 등의 과제를 통과해야 한다. 또 입장을 희망할 경우 불법 촬영 사진 300장부터 먼저 전송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 보안을 높이고자 퀴즈를 제시하는 한 텔레그램방(사진 왼쪽)과 입장을 위해 면접조건을 명시한 검증방(사진 오른쪽)[사진=텔레그램 화면 캡처, 독자 제공]
추적·증거 수집…네티즌, 딥페이크 저격수로 활동

딥페이크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자, 누리꾼들이 직접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현재까지 운영 중인 텔레그램방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구독자 12만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퀸아카이브'는 SNS 엑스(구 트위터)에서 텔레그램방 주소를 제보받고 범행 증거를 수집 중이다. 앞서 퀸아카이브는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겹지인방'에 대한 글이 올라오자,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을 공론화했다.

퀸아카이브는 아시아경제에 "링공방(링크공유방)에서 공유된 것들과 제보가 들어온 것을 모아, 딥페이크 텔레그램방 주소 19개를 정리했다"며 "지난 28일 대부분의 방이 삭제됐지만 내 휴대전화에는 아직 2개의 (운영 중인) 방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삭제되지 않은 방에서 (피해 증거) 아카이빙을 진행 중"이라며 "수사기관과 정부, 언론이 이 문제를 주목하게 되면 (가해자들이) 겁을 먹어서라도 딥페이크를 제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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