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깔맞춤 정책보다 중요한 건 안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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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는 저마다 정책 브랜드가 있었다.
'신한국 창조'(김영삼), '제2의 건국'(김대중), '정부 혁신'(노무현), '녹색 성장'(이명박), '창조경제'(박근혜), '소득주도 성장'(문재인) 등이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우자 모든 부대는 '국방 녹색성장' 포스터를 붙였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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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는 저마다 정책 브랜드가 있었다. ‘신한국 창조’(김영삼), ‘제2의 건국’(김대중), ‘정부 혁신’(노무현), ‘녹색 성장’(이명박), ‘창조경제’(박근혜), ‘소득주도 성장’(문재인) 등이다.
국방부도 정부 정책 브랜드에 맞춰 색깔을 바꿔왔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우자 모든 부대는 ‘국방 녹색성장’ 포스터를 붙였다. 군부대 간부들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장관을 비롯한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고급 세단 승용차 대신 승합차를 타고 다녔다. 앞다퉈 충성심을 보였다. 산하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한 ‘국방 분야 녹색성장 심포지엄’에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범국가적으로 추진되는 녹색성장의 산물이 국방 고유 영역인 미래 전투력 강화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규 국방과학연구소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민간분야에서 개발한 핵심기술과 국방 분야의 시스템 종합기술을 결합해 녹색성장 기술로 발전시킴으로써 환경·경제·국방 분야에 걸쳐 ‘일석삼조’(一石三鳥)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묘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방 녹색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자 ‘녹색성장’이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앞다퉈 내세운 정책들은 모두 멈췄다.
박근혜 정부 때도 바뀐 건 없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국방부는 2015년 1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방부 업무 계획’ 보고에서 핵심 과제로 ‘창조 국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모든 사업에는 창조라는 단어가 붙었다. 창조 국방 개념을 정립한다며 용역 과제까지 냈다. 그해 2월 국방부는 ‘창조 국방 추진 지침’을 하달했고, 4월부터는 국방부 군구조·국방운영개혁추진실(이하 국방개혁실)에 ‘창조국방TF’를 설치했다. 국방부는 ‘창조 국방: 국방 발전의 새로운 길’이란 제목으로 A4용지 122장짜리 창조 국방 해설서도 펴냈다. 국민을 대상으로 창조 국방 아이디어 공모전도 했다. 이마저 오래가지는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국방부는 서둘러 창조 국방의 흔적을 지웠다.
국방부는 현 정부가 들어서자 강한 군대를 표방했다. 윤석열 대통령 첫 업무보고의 핵심은 ‘엄중한 안보 상황 극복과 과학기술 강군 육성’이다.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북한의 도발이 거세질 것을 예상한 조치였다. 국방부는 당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압도적인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2번째 국방부 수장인 신원식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용어를 제시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군사 대응 방식을 압축한 표현이다. 신 장관은 야전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즉강끝’ 구호를 사용했다. 군 수뇌부의 지휘 지침에는 ‘즉강끝’ 구호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포함됐다. 하지만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김용현 경호처장을 지명했다. 내달 2일 인사청문회다. 새로운 장관은 또 다른 구호를 내걸 수 있다.
군통수권자의 철학을 담은 ‘깔맞춤’ 정책 추진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에 맞춘 국방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본연의 위치에서 정치권에 흔들리지 않는 안보관이다. 군내 정보기관의 기밀 유출 등 일련의 사건을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구호가 의미가 있나 싶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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