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변한 중국과 일본... 10월 31일, 윤 정부 또 망신당한다
[오기출 기자]
▲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유럽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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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탄소 소프트웨어 기업 '카본 체인지'는 최근 유럽연합 수입업체들에 첫째, 가급적 빨리 유럽연합이 정한 방법으로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둘째, 탄소중립을 통해 탄소 가격을 낮춘 해외 기업들과 장기 계약할 것을 지침으로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카본 체인지의 권고가 유럽연합 정부들과 현지 기업들의 요구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보고 기준에 취약하고, 고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조만간 수출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 기준 준수와 탄소중립 이행은 수출로 유지해 온 수많은 한국 기업들의 생사가 걸린 현안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대상인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6대 품목의 2022년 유럽연합 수출 총액은 약 54억 1200만 유로(약 8조 500억 원)이고, 그중 철강이 48억 1500만 유로(약 7조 1600억 원)로 약 89%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철강부문기업 수는 2525개, 알루미늄 기업은 637개로, 철강과 알루미늄을 합해 약 3162개 기업이 탄소국경세 시행 1년 차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전환기간 일정 출처 : Default Values for the transitional period of the CBAM between 1 October 2023 and 31 December 2025, 유럽연합집행위원회, 2023년 12월 22일 |
ⓒ 오마이뉴스 |
지난 7월 25일 정부 4개 부처는 대전에서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중소기업 지원방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관련 컨설팅 우수사례, 이러닝 콘텐츠 제작, 시멘트 등에 대한 배출량 산정 해설서 배포를 실적으로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에 제도개선 요구, 민감 정보 보호, 기본값 활용에 대한 입장을 제출했고, 유럽연합이 한국 의견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언급도 소개했다. 여기서 기본값이란 제품의 탄소 산정이 거의 불가능할 경우 유럽연합이 대신 제공하는 데이터이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 어디에도 당면한 탄소국경세의 핵심인 '유럽연합 기준 준수'와 '탄소중립 이행'에 대한 전략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전략이 기업들에 부담을 준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 설명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우리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탄소 감축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라고 했다.
정부 지원제도에 정작 필요한 전략이 없는데, 기업들이 이런 지원제도를 활용해서 탄소 감축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까? 해설서와 컨설팅 사례로 지금의 탄소국경세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로 유럽연합과 성과 없는 협상에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기업들에 혼란을 준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강조해 온 기본값 활용에 대해 유럽연합 정부들은 10월 31일 예정된 4차 보고부터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기본값 활용을 주요 성과로 드러내는 우리 정부를 믿고 수출기업들이 안심해도 될까?
국제 온실가스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정종철 회계사는 "오는 10월 31일 보고부터 유럽연합 수입업체들이 한국 수출 기업들에 구체적인 탄소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2025년 1월부터는 유럽연합이 제공한 기준과 방법으로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한국 정부와 컨설팅 업계도 모른다고 했다.
지난 7월 31일 <매일경제>는 'EU 높아진 탄소장벽에 철강업계 혼란'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중견 철강업계 관계자가 "유럽연합 측에 4차 보고서 관련 제출 기준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해, 시간에 쫓겨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들도 같을까?
▲ 지난 5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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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년 5개월 만에 열린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경제통상 협력보다 기후변화 대응을 우선적으로 채택했는데, 탄소중립과 탄소국경세 등의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통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기업들의 탄소중립 전략이 부재한 한국에는 유리하지 않은 흐름이다.
한국과 달리 정상회의 당사국인 일본과 중국에는 탄소국경세 전략이 있을까? 일본은 그동안 기후 대응보다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면서 자국 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탄소중립 이행과 탄소국경세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지금의 한국과 같았다. 그런 일본이 최근 대담하고 기민하게 바뀌고 있다.
2023년 7월 8일 일본 정부는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 산업과 사회구조를 전환하는 '녹색전환 추진 전략'(이하 녹색전환)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46%(2013년 배출량 기준)를 달성하기 위해 철강, 화학 등 22개 산업 영역에 대한 세부적인 투자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세계 최초로 향후 10년간 20조 엔(약 185조 원) 규모의 녹색전환 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6월 2일 일본 재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1조 6000억 엔(약 14조 8000억 원) 규모로 2024년도 녹색전환 채권을 발행했고, 이것이 일본 녹색전환 전략에 기여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일본은 왜 이렇게 대담하고 기민하게 전환에 나서고 있을까?
일본 도쿄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원' 백승주 부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첫째, 기후 대응에서 일본이 아시아의 리더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둘째, 유럽연합 탄소국경세에 대응해서 일본이 아시아 지역을 블록화해 탄소를 둘러싼 무역 질서의 재편에 대응력을 높이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탄소중립 이행과 탄소국경세 대응에 사활을 걸고 녹색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다. 자국의 산업과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 지난 8월 8일 자 < ESG 뉴스 > 기사 "중국, 2024년 탄소 배출량 계산 위한 '70국가탄소표준' 발표한다" |
ⓒ ESG 뉴스 |
이유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70국가탄소표준' 계획에 있다. 중국 정부가 탄소집약도를 잘 통제하기 위해 2025년까지 중국의 핵심 산업, 제품, 프로젝트에 포함된 온실가스를 국제기준으로 체계화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뉴스 매체인 <ESG 뉴스>는 8월 8일 중국이 추진하는 '70국가탄소표준'의 목표는 중국이 아니라 글로벌 표준을 만족시키는 것이고 중국의 수출 성장에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유럽의 탄소국경세에 반대하고 있지만 내적으로 유럽연합 기준을 맞추어 탄소국경세 준비를 하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중국의 필사적인 전략이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에는 탄소국경세에 대응하려는 전략이 있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필사적인 전략이 없다.
조만간 수출기업들이 폭발적으로 탄소국경세에 대한 지원 요청을 할 것이다. 이렇게 예상됨에도 정부가 지금처럼 설명회 또는 유럽연합과의 협상으로만 대응한다면, 앞으로 정부와 산업계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수출기업들의 탄소중립 이행과 보고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역량이 취약한 기업들을 위해 일본 정부가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녹색전환 채권을 통한 지원도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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