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폼나는 와인 품평, 맛보단 색상"…'와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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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식자리에서 자주 등장하게 된 와인은 마시고 나서 뭔가 느낌을 말해야만 하는 술이다.
'와인의 시간'은 이런 와인 입문자들이 마주칠 수 있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 팁을 주는 착한 입문서다.
중세시대에는 술잔을 부딪친 상대의 잔에 자신의 술이 살짝 넘어갈 정도로 잔을 쳐야했다고 하는데 이는 독살이 난무하던 당시 해당 와인에 독이 들지 않았음을 확증하기 위한 수단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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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식자리에서 자주 등장하게 된 와인은 마시고 나서 뭔가 느낌을 말해야만 하는 술이다. 그저 한잔 마시고 "맛있다" 한마디로 끝내면 속된 말로 너무 없어보이고, 그렇다고 좀처럼 입에 붙지 않는 '바디감'이나 '잔당감' 같은 말은 잘못하면 오히려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이야기해야할까.
'와인의 시간'은 이런 와인 입문자들이 마주칠 수 있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 팁을 주는 착한 입문서다. 저자는 소믈리에처럼 품평을 하고 싶다면 먼저 눈에 보이는 색상부터 코로 느껴지는 향, 혀로 느낀 맛과 목넘김 등 눈부터 아래로 내려가듯 느낌을 전달하라고 조언해준다. 단순히 미각 뿐만 아니라 시각과 후각도 실제 와인 시음에서 대단히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주 연습하다보면 전문가처럼 뭔가 있어보이는 품평이 가능해진다는 것.
흔히 소믈리에 자격증 책이 대부분인 국내 와인 전문서들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원래 소믈리에 출신이 아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삼성인력개발원, 동아원그룹 교육총괄임원 등을 역임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원래 와인 애호가였던 저자는 회사 은퇴 후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국제와인기구(OIV)에서 와인경영학을 전공했다. 와인 소비자들의 고민을 파고드는 이 책의 매력도 이러한 그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보통 집에서 냉장고에 오래 보관해놓는 와인도 종류별로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온도가 다르다고 한다. 흔히 좋은 와인으로 알려진 보르도 레드와인, 카베르네 소비뇽 등 레드와인 계열은 화이트와인의 음용온도보다 높은 섭씨 18~20도 정도 온도로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화이트와인은 이보다 낮은 10도 안팎, 샴페인과 같은 스파클링 와인계열은 6~8도 사이에 먹어야 알맞다고 한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와인과 얽힌 다양한 인문학적 내용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와인은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마시기 전에 '쨍' 소리가 날 정도로 잔을 치고 마시는 예법이 있는데, 이를 '클링킹(Clinking)'이라고 한다. 중세시대에는 술잔을 부딪친 상대의 잔에 자신의 술이 살짝 넘어갈 정도로 잔을 쳐야했다고 하는데 이는 독살이 난무하던 당시 해당 와인에 독이 들지 않았음을 확증하기 위한 수단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유럽과 미 대륙간 와인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각지의 전통적 생산방식을 고수하며 자연적 맛을 중시해 관개수로조차 파지 않고 빗물로만 키워내는 유럽식 와인과 달리 북미를 비롯해 중남미 와인은 새로운 생산방식을 많이 도입한다. 지구온난화 심화로 유럽 포도밭들의 작황이 악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물을 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유럽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와인병이 다른 술들과 달리 750㎖ 기준으로 나오게 된 이유도 중세시대로 거슬러올라간다고 한다. 당시 유리병은 장인들이 녹은 유리를 입으로 불어서 만들었는데, 사람이 한번 내쉬는 숨으로 만들 수 있는 병의 크기가 대략 750㎖여서 이것이 오늘날의 표준크기가 됐다는 것이다.
'와인의 시간'은 이처럼 와인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에게 와인을 잘 즐기는 방법과 숨은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준다. 평소 와인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들은 물론 인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와인의 시간 | 김욱성 | 은행나무 | 444쪽 | 3만5000원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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