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아사히 제쳤다…잘 나가는 한국 하이볼, 위스키 없는 이유 [비크닉 영상]
■ b.트렌드
「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
‘4캔 만원’은 대표적인 편의점 기획 상품입니다. 다양한 맥주를 골라 담는 재미를 주죠. 그런데 요즘 맥주를 밀어내고 하이볼이 4캔 구성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맥주만큼이나 다양한 하이볼 제품이 출시됐기 때문입니다. 하이볼 인기가 이어지면서 편의점들은 자체 하이볼 상품을 내는가 하면 전용 레몬 얼음 컵을 출시하며 하이볼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하이볼 인기는 대단합니다. GS25의 하이볼 매출은 전년 대비 341.8%(상반기 기준)가 늘었고, CU에서 지난 4월에 출시한 ‘생레몬 하이볼’의 매출은 편의점 소주·수입 맥주 1위 판매 상품인 ‘참이슬’과 ‘아사히’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하이볼 인기 덕분에 주류에 섞어 마시는 탄산음료인 ‘토닉워터’ 매출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토닉워터는 2017년 1300만병에서 지난해 1억 900만병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하이볼 인기 이유는 최근 음료 트렌드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술을 가볍게 마시려는 ‘저도주 트렌드’부터 술과 음료는 섞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 조리가 필요한 걸 곧바로 마시는 ‘RTD(Ready To Drink∙즉석 음용 음료) 트렌드’까지 하이볼은 수많은 트렌드의 복합체입니다. 실제로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하이볼 소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CU 운영사 BGF리테일은 하이볼 구매자의 72.8%(올해 1~7월 기준)가 20·30세대라고 했습니다.
하이볼 트렌드를 사회경제적 시각에서 본 분석도 있습니다. 채선애 마크로밀엠브레인 부서장은 “일본에서 하이볼은 비싼 위스키를 대신하는 음료로, 버블 경제 붕괴의 상징”이라며 “한국에서도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술자리 대신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하이볼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짚었죠.
하이볼 열풍 속 나타난 논란도 있습니다. 바로 위스키 없는 하이볼 때문입니다. 증류주에 탄산을 넣은 모든 칵테일을 하이볼이라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선 보통 위스키에 탄산을 탄 음료를 하이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중에선 진짜 위스키 대신 주정과 오크칩을 넣어 위스키 흉내만 낸 하이볼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위스키값이 비싼데도 한 캔에 3000~4000원 정도 되는 싼값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주류 업계에선 위스키 없는 하이볼 유통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높은 주류세 문제를 지적합니다. 위스키 등 증류주에는 출고가에 두 배 이상 되는 세금이 붙기 때문이죠. 김대영 위스키 칼럼니스트는 “하이볼 제조사들은 주류세 때문에 단가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주정과 오크칩을 넣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좋은 품질의 위스키가 유통되려면 주류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비크닉’ 유튜브 채널의 ‘B사이드’에선 위스키 없는 하이볼의 등장과 하이볼 인기 이유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음모론적인 질문으로 브랜드의 의도를 파헤쳐 봅니다.
서혜빈 기자 seo.hyebin@joongang.co.kr, 유충민·장우린PD, 노영주·이지수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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