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강수량 달랑 40㎜…강릉선 '사람 쓸 물'도 위태롭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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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까지 크던 벼 50㎝에 머물러 '울상'
“기록적인 폭염과 물 부족으로 벼가 자라지 않아 걱정입니다.” 지난 28일 오전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리. 이 마을에서 1320㎡규모 논에 농사를 짓는 유봉열(70)씨는 "지독한 폭염에 벼도 타들어 가는 것 같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씨는 “요즘 시기면 벼가 70~80㎝ 정도까지는 커야 했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50㎝ 수준에 그쳤다”며 “수확량이 크게 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봉리 74가구 농가는 대부분 벼가 자라지 않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 용수원인 오봉저수지도 바싹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이 저수지 저수율은 30%(427만t)수준이다. 강릉지역 생활·농업용수는 오봉저수지에서 90%정도 공급한다. 농어촌공사는 이달 중순부터 오봉저수지에서 하루 10만t 공급하던 농업용수도 줄였다. 현재 이틀 급수하면 이틀은 단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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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비상 2단계, 가뭄 극복에 행정력 집중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강원도 강릉과 경북 울진 등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저수지 물이 말라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고 있다.
올해 강릉지역 강수량은 656.5㎜로 평년 939.6㎜보다 280㎜ 이상 적다. 8월 한 달 동안 40.2㎜ (평년 248.8㎜) 내리는 데 그쳤다. 최승국 농어촌공사 강릉지사 오봉지소장은 “비가 내리지 않아 저수율이 더 떨어지면 농업용수를 3일 단수하고 1일 급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지역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여름철 강릉지역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9만5000t이다. 오봉저수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앞으로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석을 앞두고 관광객 증가로 물 사용량이 늘고 저수율이 20% 아래로 떨어지면 생활용수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강릉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운영하고 가뭄 극복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비상 2단계 운영이 해제될 때까지 포남동에 있는 공공수영장인 아레나 수영장도 임시 휴장하기로 했다. 시민 동참 물 아껴 쓰기 캠페인도 한다.
강릉시 재난안전과 조근형 과장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시민도 물 아껴 쓰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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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율 30% 미만 저수지 전국에 128곳
전국 곳곳에 있는 저수지도 말라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9일 기준 저수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진 저수지는 전국적으로 128곳에 달한다. 경북이 49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이 40곳, 전북 13곳, 강원 7곳, 경남과 충북 각 6곳, 충남 3곳, 경기와 제주가 각 2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40곳에 불과했다.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미호리에 있는 복안저수지도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약 265㏊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복안저수지는 이날 기준 저수율이 23.7%대다. 지난해 이 시기엔 저수율이 100%였다. 현재 ‘심각 단계’로 분류된 상태다.
경북 구미시 무을면 안곡리 무을저수지 역시 댐 구조물 주변에 물이 차올랐던 흔적만 남아있다. 바닥은 바짝 말라 관로까지 보이는 등 물 부족이 심각하다. 현재 무을저수지 저수율은 34.9%, 지난해 같은 날 저수율은 90.9%였다.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처 박성호 차장은 “저수율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까운 하천에 임시 양수시설을 설치해 저수지로 물을 끌어오는 등 다양한 대책을 세웠다”라며 “생활용수까지 공급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더 떨어지면 강릉시와 협의를 통해 인근 남대천과 보광천에서 물을 끌어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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