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엄마'의 반전…"달변가에 전략가" 美부통령 부인 꿈꾼다 [후후월드]
「 용어사전 > 후후월드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
미국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팀 월즈(60)가 지난 2006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다. 보수적 성향의 농촌 지역인 미네소타주(州) 제1선거구에 출마한 월즈의 상대는 이 지역에서 내리 6선을 한 공화당의 길 구트크네히트. 당시 무명의 정치 신인이었던 월즈는 선거 자금이 절실했지만, 모금 행사를 앞두고 후두염에 걸리고 말았다.
후보 연설도 없이 행사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던 찰나, 월즈를 대신해 그의 부인 그웬 월즈(58)가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이어 그웬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명쾌한 연설로 단숨에 청중을 사로잡았다.
당시 행사의 한 참석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많은 이들이 '왜 그웬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느냐'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웬 덕분에 모금 행사를 무사히 마친 월즈는 그해 선거에서 구트크네히트를 제치고 승리했다. 월즈는 이 선거를 포함해 연속 6선을 했고, 2018년 미네소타주 주지사로도 당선됐다. 월즈의 정치적 발판을 부인 그웬이 마련한 셈이다.
오는 11월 5일 미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세컨드 레이디' 후보인 그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월즈 부부는 두 자녀를 뒀으며 그웬은 월즈처럼 교사 출신이다. '옆집 아빠' 이미지로 인기몰이 중인 월즈처럼 그웬도 평범한 '옆집 엄마'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그웬의 지인들 사이에선 겉보기와는 달리 전략가적인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변인들은 CNN에 "그웬은 전형적인 교사 타입은 아니다"며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월즈와 사람들을 이어주는 '정치적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웬은 당장 다음 달 2일 월즈와 함께 경합주인 위스콘신주를 찾아 선거운동을 펼치는 등 남은 선거 기간 활발히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달변가에 외향적"…가족사 공개로 스포트라이트
"제가 해낼게요."
이는 그웬이 엄마이자 교사, 정치인의 아내로서 어떤 일을 할 때 입버릇처럼 해 온 말이라고 한다. 그웬의 옛 동료들은 그에 대해 "남편 월즈보다 달변가이며 유머러스하고 외향적",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데 능숙하고 열정적인 사람" 등으로 묘사한다.
그웬은 미네소타주 주지사 부인으로선 처음으로 주의회 의사당 안에 자신의 사무실을 만들고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여왔다. 교사란 자신의 경력을 살려 교도소에서 강의하며 수감자 교육 확대에도 목소리를 냈다. 또 범죄자들의 재범 방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해왔다. NYT는 "(그웬은) 매우 유능한 정치적 배우자"라고 전했다.
그웬은 지난 6일 월즈가 커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목된 이후 처음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가까운 지인들만 알던 내밀한 가족사를 공개하면서다.
그웬은 성명을 통해 "첫째 딸 호프(23)를 7년 간의 불임 치료 끝에 어렵게 얻었다"고 고백했다. 언론 인터뷰에선 아들 거스(18)가 불안 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비언어적 학습 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월즈 가족의 이야기는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그간 세컨드 레이디나 그 후보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해왔지만, 그웬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철저한 선생님"…월즈 패밀리의 활약
동시에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교사 출신이란 그의 배경은 유권자들에게 친근감을 끌어내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웬은 10년 넘게 교사로 일했으며, 2004~2018년 지역 공립학교 관리자 겸 코디네이터를 역임했다. 1966년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난 그는 교육자였던 부모 밑에서 네 자매 중 맏이로 자랐다. 구스타브스 아돌푸스 칼리지에서 학사,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교사가 됐다.
93년 네브래스카주 얼라이언스의 한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당시 같은 학교에서 사회 교사 겸 미식축구 코치로 일하던 월즈를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월즈 부부의 한 고교 제자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당시 두 사람은 새로 선출된 빌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부인 힐러리처럼 우리 마음 속에 젊고 신선한 선생님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즈는 '카리스마 있고 재미있는 선생님', 그웬은 '공부를 철저하게 가르친 선생님'으로 떠올렸다.
'월즈 패밀리'의 힘은 지난 21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증명됐다. 월즈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한 이날 그웬은 월즈를 소개하는 영상의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객석에서 활기찬 표정을 지어 화제를 모았다.
객석에 앉아있던 아들 거스는 월즈의 연설에 눈물을 쏟으며 "저 사람이 우리 아빠"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딸 호프는 아빠가 연설 도중 자신을 언급하자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무대에 올라와 아빠와 꼭 끌어안았다. 이런 모습에 "월즈 가족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이 나왔다.
월즈는 늘 "30년 전 그웬과 결혼한 게 내 생에 최고의 일"이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내 패고 버린 우산 아깝다’ 시인 스스로 고백한 죄와 벌 [백년의 사랑] | 중앙일보
- 덜 익은 삼겹살 이래서 위험…몸 속 '쌀알' 가득, 충격의 CT | 중앙일보
- 양궁 김우진, 도쿄서 8점 쏘자…정의선에 걸려온 전화 1통 | 중앙일보
- 강남 유명 척추병원 회장 고소당했다…"친족 여성 상습 성폭행" | 중앙일보
- 완전 나체로 생방송 나온 가수…올림픽 땐 '파란 망사' 입고 공연 | 중앙일보
- 서세원 딸 서동주, 내년 비연예인과 재혼…"좋은 소식 축복해달라" | 중앙일보
- '한마리 50만원' 민어 반값됐다…손님 북적여도 어민들 한숨, 왜 | 중앙일보
- "30초면 마법 펼쳐진다, 돈 내면 고화질"…딥페이크봇 수천개 활개 | 중앙일보
- "트로트 안 좋아해, 나훈아와 비교불가"…데뷔 60년차 남진 고백 | 중앙일보
- 불륜 이혼후 여배우 3명과 동거…그 배우, 놀라운 소식을 발표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