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그 섬의 개들
2024. 8. 30. 04:14
그 섬의 개들은 짖지 않는다
목줄도 없다
암캐든 수캐든 어미든 새끼든
하나같이 돌담 그늘에 배 깔고 누워 있다
눈만 끔벅대고 있다
소만(小滿) 때의 햇볕과 바람이 아무리 불러도
먼 데만,
수평선 저쪽만 바라보고 있다
파도 소리 높아지고 황혼의 구름들 낮게 깔려오면
그제야 몸을 일으켜
버려진 돌에 오줌을 갈기고
앞발로 굴리며 논다
그 속에 누가 있기라도 한 듯
납죽 대가리 숙여 살랑살랑 꼬리 흔들다가
으르렁, 송곳니 번뜩이다가
혓바닥으로 핥는다
제 몸을 핥듯 핥는다
-전동균 시집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에서
가보지 않았지만 한가로운 섬의 정경이 그려지는 듯하다. 평화롭지만 언뜻 외로움도 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자연스럽게 읽히는 운율도 좋다. 시인은 명징한 언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생각과 느낌이 육화된 시, 그래서 할 말만 하는, 다 말하지 않아도 울림으로 전해주는 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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