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유채색, 커뮤니케이션 컬러가 달린다
람보르기니·포르쉐·페라리 등
독보적이고 전통적인 컬러 사용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것도 가능
한국의 도로에는 무채색이 흐른다. 검정, 회색, 은색, 흰색이 뒤엉켜있다. 빨강, 주황, 노랑, 파랑, 민트 등이 간혹 눈에 띄기도 하지만, 명도의 그러데이션이 대세다. 차량 소유주 대다수가 무난한 색상을 선호하는 측면이 크고 중고차 시세를 잘 받으려는 이유도 있다. 무채색이 대세인 만큼 튀지 않아야 좋은 값이 매겨진다.
그럼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튀는 색상’의 차를 선보인다. 무채색의 안전선 안에 머무르지 않고 독특한 컬러의 차량을 마케팅의 최전선에 내보내기도 한다. 그 색상을 고르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들이 1년 이상 고심하는 일도 흔하다.
자동차 기업들은 이런 색상을 ‘커뮤니케이션 컬러’, ‘키 컬러’, ‘시그니처 컬러’ 등으로 부른다. 특히 람보르기니, 포르쉐, 페라리 등의 슈퍼카에는 독보적이고 전통적인 컬러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람보르기니는 지알로 인티(진노랑), 아란시오 보레알리스(펄 오렌지), 베르데 맨티스(형광 초록)가 시그니처 컬러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이들도 샛노랑의 스포츠카를 보면 “람보르기니다!”라고 외칠 정도로, 컬러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한 대표적 사례다.
람보르기니는 2019년부터 전용 페인트 숍을 열고 구매객들이 색상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적인 노랑 주황 초록에 독특한 펄 컬러 옵션을 적용하거나, 메탈릭한 컬러감도 선택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관계자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선호하는 색상도 다양해졌다”며 “전통적인 스포티한 색상뿐 아니라 절제된 색상으로 색다른 매력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JLR코리아도 구매자가 자신에게 맞춤한 색상을 고르도록 제안한다. 랜드로버는 개인 맞춤화 서비스 ‘SV 비스포크 커미셔닝 스위트’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나 지역명을 활용해 네이밍한 컬러를 제안하기도 한다. 2019년 레인지로버 이보크에는 ‘서울 펄 실버’가 공개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오프로드 전용 차량에도 강렬한 색감이 쓰이곤 한다. 스텔란티스그룹의 지프는 청량한 노랑의 ‘하이 벨로시티’ 외장색이 2022년 미국에서 처음 공개되며 신선한 자극을 줬다. 지프는 지난 1월 더 뉴 랭글러 부분 변경 모델에 하이 벨로시티 색상을 추가하며 지프 마니아들의 선택지를 넓혔다.
스포츠카나 슈퍼카와 달리 데일리 카가 주력인 기업들은 대체로 무난한 색상의 차를 선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기업들도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뽑아낸다.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우 2019년 8세대 쏘나타(DN8)부터 다양한 컬러를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글로잉 옐로우, 플레임 레드, 쉬머링 실버 등이 전면에 등장했다.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고 디테일한 특징을 극대화해서 표현해주는 색상으로 선택됐다. 현대차는 이후 고성능 브랜드 ‘N’에 ‘퍼포먼스 블루’라는 독자적인 컬러를 정체성으로 삼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는 자동차회사는 토요타그룹이다. 토요타의 여러 브랜드 가운데 프리우스는 1997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프리우스도 상징적인 색상을 갖고 있다. 날렵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프리우스의 키 컬러 중 하나는 머스터드다. 하이브리드차의 주행 성능을 예감할 수 있는 스포티한 진노랑 색감이 프리우스를 단박에 설명해준다.
글로벌 자동차업계 2위인 폭스바겐그룹하면 무난한 데일리카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스포티한 디자인과 함께 오랫동안 상징적인 색상으로 빨강이 쓰여 왔다. 다양한 빨강의 색감을 ‘토네이도 레드’ ‘킹스레드 메탈릭’ 등으로 세분화하며 역동성을 강조해 왔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고성능 해치백 ‘골프 GTI’에도 강렬한 레드 컬러가 사용됐다.
무채색 일색이던 자동차의 색상은 최근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한정판을 선호하는 20~30대를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무채색 차량은 효율성과 합리성을 드러낸다면 독특한 색감은 개성과 자신감을 표현한다”며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희소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동차 색상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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