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 얼굴 사진 나왔는데도… 증거불충분땐 처벌 못해

권민지,윤예솔,한웅희 2024. 8. 3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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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지인능욕방'에서 중학교 동급생의 얼굴과 알몸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만든 혐의를 받은 남학생이 본인 소유 휴대폰에 문제의 영상물을 소지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된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결과 통지서에 "일명 '딥페이크' 사진이 제작되고 사이트에 게시되는 등 반포된 사실, 자위 영상 등을 전송받고 텔레그램 대화방 내에서 성적인 채팅이 전송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고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나 증거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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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급생 알몸 사진 합성한
성범죄물 만든 영상물 소지 확인
딥페이크 처벌법 맹점 그대로 증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긴급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른바 ‘지인능욕방’에서 중학교 동급생의 얼굴과 알몸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만든 혐의를 받은 남학생이 본인 소유 휴대폰에 문제의 영상물을 소지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된 사례가 확인됐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직접 제작했거나 게시했다는 점까지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는 이른바 ‘딥페이크 처벌법’의 맹점이 그대로 증명된 셈이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양(17)은 지난해 6월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소지한 동급생 B군(17)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편집·반포) 혐의로 고소했다.

A양의 고통은 중학생이었던 2023년 1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세지(DM)로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성범죄물을 처음 받으면서 시작됐다. DM을 차단해도 새로운 계정이 또 DM을 보내왔다. A양은 결국 인스타그램을 닫았다. 성범죄물 유포 게시글을 찾았다며 알려준 건 B군이었다. 그러나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들어간 텔레그램방에선 자신의 모든 개인정보가 다 공유됐다는 무서운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원 등이 서울 강남역 앞에서 가면을 쓴 채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모습. 뉴시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며 연락이 뜸해졌던 B군은 A양이 인스타그램 활동을 재개하자 다시 연락을 해왔다. A양은 친구들과 함께 B군을 만나 사실을 추궁했고, 이 자리에서 그는 범행을 자백했다고 한다.

A양은 그간 모은 증거를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도 B군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통해 그가 소지한 A양 딥페이크 사진과 관련 사이트 접속 기록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경찰은 이런 증거만으론 B군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불기소를 결정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통지서에 “일명 ‘딥페이크’ 사진이 제작되고 사이트에 게시되는 등 반포된 사실, 자위 영상 등을 전송받고 텔레그램 대화방 내에서 성적인 채팅이 전송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고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나 증거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A양 사례는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직접 제작했거나 유포 목적이 있는 경우 처벌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민고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진서)는 “텔레그램은 행위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아 유포 사실이 확인돼도 증명이 어렵다”면서 “행위는 있는데 사람이 없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지난 7월 인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불법 촬영해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른 사건에서도 수사 과정 속 피해자들은 더 큰 고통을 겪었다. 피해 교사 2명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해외 SNS 계정 주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인 탓에 교사들이 직접 가해자를 추적해야 했다. 피해 교사들은 한 달간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허위영상물을 보며 촬영자의 위치와 각도를 추측하고, 학생 명단을 추리며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했다. 피해 교사 C씨는 “내 모습이 합성된 사진을 계속 보면서 직접 가해자의 위치를 특정해야 했던 시간이 끔찍했다”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권민지 윤예솔 한웅희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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