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대통령 관저 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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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사우나를 좋아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핀란드의 30대 여성 지도자로 화제를 모은 산나 마린 전 총리도 관저로 친구들을 불러 사우나를 즐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9년 카자흐스탄 방문 때는 대통령 시설에서 양국 정상이 사우나를 함께하는 게 첫 일정이었다.
요즘 야당이 "용산 대통령 관저에 사우나 시설과 드레스룸이 몰래 증축됐다"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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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사우나를 좋아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젊을 땐 목요일을 ‘사우나 데이’로 정해 놓았을 정도였다. 유망한 정치인이 된 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날 뭘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그날도 목요일이라 사우나에 있었다”고 답했다.
핀란드의 30대 여성 지도자로 화제를 모은 산나 마린 전 총리도 관저로 친구들을 불러 사우나를 즐겼다. 2022년엔 친구들이 관저에서 신체를 노출한 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핀란드에선 여야 정치인들 간 ‘사우나 회동’도 잦다고 한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도 사우나가 인기다. 지난해 러시아 탐사 매체 도시예센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용 열차에 땀을 뺀 뒤 목욕할 수 있는 튀르키예식 목욕탕 ‘하맘’이 설치돼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9년 카자흐스탄 방문 때는 대통령 시설에서 양국 정상이 사우나를 함께하는 게 첫 일정이었다. 두 정상은 자작나무 가지로 등을 두드려주며 우정을 나눴는데, 그게 최고의 국빈 대접이라고 한다.
요즘 야당이 “용산 대통령 관저에 사우나 시설과 드레스룸이 몰래 증축됐다”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세수도 부족한데 드레스룸과 사우나라니 아방궁이라도 만들려 하느냐”고 지적했고, 조국혁신당은 28일 “경제가 어려운데 드레스룸과 사우나 시설을 지으려고 세금을 썼느냐, 숙취 해소용이 아니냐”고 따졌다.
야당 지적은 왜 그런 시설에 아까운 세금을 썼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각각 7평(23.1㎡) 정도라면 좀 박한 비판으로도 들린다. 국회에도 사우나 시설을 갖춘 의원 전용 대형 목욕탕이 2개 설치돼 있고 그걸 운용하는데 혈세가 들어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나 의원들이 사우나에서 참모나 상대 당 의원과 ‘스몰 토크’로 긴장감을 해소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국 구상의 시간을 갖는다면 그 또한 값진 일 아닐까. 돈 문제보다 땀을 흘린 뒤 뭘 해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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