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얽혀있는 이슈는 종합적 관점서 써줬으면”
국민일보 2기 독자위원회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올해 네 번째 독자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정무경 전 조달청장,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민경찬 비아출판사 편집장, 김의경 소설가, 민고은 법률사무소 진서 대표변호사,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정무경 독자위원장=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보도하고 정책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본다. 최근 기획 등을 통해 가업승계제도, 상속세나 가계부채, 부동산 이슈 등을 많이 보도했다. 다만 관심이 많지만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종합적 관점에서 써주면 좋았을 아이템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컨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납부액, 소득보장, 정부 지원, 세대 간 부담 등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잘 정리하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편했겠다. 금융투자소득세도 여러 대안이 논의되는데, 심층 보도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금투세 초기 논의 과정에서 이미 보도해서 다시 기사화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독자 입장에선 옛날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민경찬 위원=이스라엘-헤즈볼라 공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러-우 전쟁의 여파가 연결되는 게 많다. 전쟁으로 금값이 오르고 러시아와 북한이 협력하고, 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한국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기사들이 간헐적이고 파편적으로 다뤄진다. 이런 이슈는 연속성을 부여해서 정치·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에 종합적으로 다루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안민호 위원=중요한 주제들을 깊이있게 지속적으로 보도한 기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기차 화재 문제였다. 다만 딜레마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론이 집중해서 보도할 때 그 전제가 되는 건 독자들이 계속 따라가며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면으로 흐름을 따라가는 독자들은 이해력이 좋을텐데, 온라인에서 기사를 낱개로 소비하는 독자들은 또다른 문제다. 연속적인 심층 보도도 필요하지만, 낱개의 뉴스를 소비하도록 하는데도 무리가 없어야 되겠다. 얼마 전 약 2주간 전기차 화재 문제를 집중 보도했는데, 배터리 실명제 등 정부 대책이 발표됐다. 그 기사 제목이 ‘전기차 포비아 잡힐까’였다. 제목은 포비아가 안 잡힌다는 것인데, 기사에는 왜 포비아가 사라지지 않을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이 문제를 이미 전에 깊이 다뤘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그 기사만 보면 어리둥절할 수 있다.
경제 기사 중에 기자들은 잘 알겠지만 ‘R의 공포’도 제목을 그냥 쓴다. 증시 대폭락에서도 또 언급된다. 그런데 기사에 설명이 없는 경우가 있다. 기자 입장에선 독자들이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독자들이 이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완하면 좋겠다. 기사 제목과 내용은 기본적인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
△민고은 위원=김건희 여사 가방 사건과 관련해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결과를 검찰총장에 보고했다. 모든 언론사가 비슷하게 보도했다. ‘수사심의위에 회부할 것인지’ ‘회부했다’ 등 기사도 나왔다.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건, 수사심의위는 공정한 판단을 하는 곳인가일 듯하다. 어떤 기사는 수사심의위에 회부된 특정 사건을 검찰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다뤘다. 이런 게 차별화된 기사가 될 수 있겠다. 또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위자료 청구소송도 많은 기사가 유사하게 나왔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이 문제가 된 행위라는 접근보다 20억원이란 위자료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서 위자료가 이보다 한참 낮은 금액이 인정돼왔던 현실을 짚어줬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민경찬 위원=텔레그램 CEO가 범죄악용 방치 혐의로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한국의 중고생들이 있는 텔레그램에서도 범죄행위가 발생했는데, 전 계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언론도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겠다. 각국은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 우리나라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다뤄보면 어떨까.
△김의경 위원=전체적으로 불안한 한국 사회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의정 갈등, 전기차 화재, 집값 상승,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등등.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문제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언론이 관련 정부 대책이 수립되는 과정을 밀착해서 취재하면 좋겠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가 괜찮은지, 외국인 노동자의 삶이 어떤지도 후속 취재해줬으면 좋겠다.
△안민호 위원=얼마 전 다뤘던 보호입원제는 좋은 문제 제기였다. 정부도 국민 정신건강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국민일보가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역사회에서 돌봄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을 것 같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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