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카운터어택] 30-30, 40-40, 50-50
야구 관련 사자성어를 찾다가 영화 속 대사를 만났다. “니, 다이아몬드라고 들어봤제? (...) 일구일생(一球一生), 일구일사(一球一死).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다. 니가 그런 마음으로 던지몬 언젠가는 빛나는 진짜 다이아몬드가 되는 기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과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의 15회 완투 무승부 대결을 그린 영화 ‘퍼펙트게임’ 속 대사다. 최동원이 경남고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함께 라면을 먹던 감독이 그에게 해준 말이다. 많은 이가 ‘일구일생, 일구일사’를 최고의 명대사로 꼽기도, 인생 좌우명으로 삼기도 했다.
‘일구’가 들어간 사자성어가 또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좌우명 ‘일구이무(一球二無)’다.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뜻인데, 유래는 이렇다. 한밤중에 호랑이를 만난 중국 전한 시대 장수 이광이 한 발 남은 화살을 쏴 맞혔다. 다음날 보니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 혼신을 다하면 화살로 바위도 꿰뚫을 수 있다는 것. 이 일화에서 사자성어 ‘이광사석(李廣射石)’이 나왔는데, 이 말이 일본에 건너가 하나 남은 화살을 강조한 ‘일시이무(一矢二無)’가 됐다가, ‘일구이무’로 응용됐다.
야구 쪽에 유사 사자성어도 많다. 최강한화, 무적엘지, 루킹삼진, 우천취소, 무사사구 등등. 반면 바른 조어법을 따른 사자성어는 생각보다 적다. 개중 ‘호타준족(豪打俊足)’이 눈에 띈다. 참고로 일본에선 ‘준족교타(俊足巧打)’로 쓰는데, ‘강견(强肩, 강한 어깨)’을 붙이기도 한다. ‘잘 치고 잘 뛴다’는 뜻의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건 프로야구 출범 전인 1980년쯤이다. 김일권을 필두로 이해창, 김재박, 이순철, 박노준 등에게 많이 붙여졌다. ‘교타’에서 유래해선지 ‘호타’에서 연상되는 ‘한 방’ 느낌은 약하다.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호타준족’과 관련한 큰 뉴스가 나왔다. 지난 15일 KBO리그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최연소(20세 10개월 13일), 최소경기(111경기) 30(홈런)-30(도루) 신기록을 세웠다. 1996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의 최연소 기록을 2년 단축했다. 심지어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의 메이저리그 최연소 30-30 기록보다도 3개월 빠르다. 최소 경기 기록은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의 기록(112경기)을 한 경기 차로 제쳤다. 또 지난 24일에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40-40 고지에 올랐다. 이 역시 메이저리그 최소경기(126경기) 신기록이다.
은근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한국 선수 첫 40-40, 그리고 지구촌 전인미답인 50-50 말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방법은 이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일구일생, 일구일사, 일구이무의 자세. 김도영과 오타니의 건투를 빈다.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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