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카운터어택] 30-30, 40-40, 50-50

장혜수 2024. 8. 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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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야구 관련 사자성어를 찾다가 영화 속 대사를 만났다. “니, 다이아몬드라고 들어봤제? (...) 일구일생(一球一生), 일구일사(一球一死).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다. 니가 그런 마음으로 던지몬 언젠가는 빛나는 진짜 다이아몬드가 되는 기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과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의 15회 완투 무승부 대결을 그린 영화 ‘퍼펙트게임’ 속 대사다. 최동원이 경남고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함께 라면을 먹던 감독이 그에게 해준 말이다. 많은 이가 ‘일구일생, 일구일사’를 최고의 명대사로 꼽기도, 인생 좌우명으로 삼기도 했다.

‘일구’가 들어간 사자성어가 또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좌우명 ‘일구이무(一球二無)’다.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뜻인데, 유래는 이렇다. 한밤중에 호랑이를 만난 중국 전한 시대 장수 이광이 한 발 남은 화살을 쏴 맞혔다. 다음날 보니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 혼신을 다하면 화살로 바위도 꿰뚫을 수 있다는 것. 이 일화에서 사자성어 ‘이광사석(李廣射石)’이 나왔는데, 이 말이 일본에 건너가 하나 남은 화살을 강조한 ‘일시이무(一矢二無)’가 됐다가, ‘일구이무’로 응용됐다.

지난 15일 키움 원정에서 KIA 김도형이 30(홈런)-30(도루) 고지에 오르는 홈런을 친 뒤 환호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뉴시스]

야구 쪽에 유사 사자성어도 많다. 최강한화, 무적엘지, 루킹삼진, 우천취소, 무사사구 등등. 반면 바른 조어법을 따른 사자성어는 생각보다 적다. 개중 ‘호타준족(豪打俊足)’이 눈에 띈다. 참고로 일본에선 ‘준족교타(俊足巧打)’로 쓰는데, ‘강견(强肩, 강한 어깨)’을 붙이기도 한다. ‘잘 치고 잘 뛴다’는 뜻의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건 프로야구 출범 전인 1980년쯤이다. 김일권을 필두로 이해창, 김재박, 이순철, 박노준 등에게 많이 붙여졌다. ‘교타’에서 유래해선지 ‘호타’에서 연상되는 ‘한 방’ 느낌은 약하다.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호타준족’과 관련한 큰 뉴스가 나왔다. 지난 15일 KBO리그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최연소(20세 10개월 13일), 최소경기(111경기) 30(홈런)-30(도루) 신기록을 세웠다. 1996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의 최연소 기록을 2년 단축했다. 심지어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의 메이저리그 최연소 30-30 기록보다도 3개월 빠르다. 최소 경기 기록은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의 기록(112경기)을 한 경기 차로 제쳤다. 또 지난 24일에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40-40 고지에 올랐다. 이 역시 메이저리그 최소경기(126경기) 신기록이다.

은근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한국 선수 첫 40-40, 그리고 지구촌 전인미답인 50-50 말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방법은 이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일구일생, 일구일사, 일구이무의 자세. 김도영과 오타니의 건투를 빈다.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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