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오보와 예보 사이
1993년 10월 22일 금요일. 비. 기상청은 이날 서울 한강 공원에서 가을 체육대회를 열었다. 오후 1시부터 쏟아진 소나기로 행사를 도중에 마쳤다. 이듬해 기상청이 봄 체육대회로 잡은 5월 3일 화요일에도 비가 내렸다. 기상청을 다시금 머쓱하게 한 비였다.
기상청은 지난 30년간 예보 역량을 강화해왔다. 2011년부터 천리안위성(사진)이 관측한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이전에 일본 MTSAT 위성의 영상을 받아 활용한 때보다 시차를 단축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개발해 2020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아울러 예보관의 전문성을 키워왔다.
그동안 기상청 예보의 정확도는 그리 향상되지 않은 듯하다. 특히 올해 여름, 맞히는 확률이 떨어졌고 불신이 커졌다. 폭우가 경고됐는데 맑았는가 하면, 비가 조금 내린다는 예보와 달리 폭우가 쏟아졌다. 그러자 해외 날씨 앱이 더 정확하다는 말이 퍼졌고, ‘기상 이민’ ‘기상 망명족’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근래 여름 일기예보가 자주 틀린 것은 후텁지근한 아열대 기후가 4계절의 온대 기후를 대체하는 과정인 데다 장마전선이 전과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수치예보모델의 단위 면적을 세분하는 등 차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교사 사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전 세계를 뒤져” 대통령 연봉 1억 6000만원의 두 배 이상인 3억 2500만원 조건에 켄 크로퍼드 오클라호마대 석좌교수를 기상선진화추진단장으로 영입한 일이다. 그는 2013년 2월 이임 인터뷰에서 업무 성과를 “통과 정도”라고 자평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일기예보는 노력해도 신의 완벽에는 이르지 못한다. 기상현상은 ‘나비 효과’가 발생하는 복잡계이어서 지속적으로 적중하는 예측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내 패고 버린 우산 아깝다’ 시인 스스로 고백한 죄와 벌 [백년의 사랑] | 중앙일보
- 덜 익은 삼겹살 이래서 위험…몸 속 '쌀알' 가득, 충격의 CT | 중앙일보
- 양궁 김우진, 도쿄서 8점 쏘자…정의선에 걸려온 전화 1통 | 중앙일보
- 강남 유명 척추병원 회장 고소당했다…"친족 여성 상습 성폭행" | 중앙일보
- 완전 나체로 생방송 나온 가수…올림픽 땐 '파란 망사' 입고 공연 | 중앙일보
- 서세원 딸 서동주, 내년 비연예인과 재혼…"좋은 소식 축복해달라" | 중앙일보
- '한마리 50만원' 민어 반값됐다…손님 북적여도 어민들 한숨, 왜 | 중앙일보
- "30초면 마법 펼쳐진다, 돈 내면 고화질"…딥페이크봇 수천개 활개 | 중앙일보
- "트로트 안 좋아해, 나훈아와 비교불가"…데뷔 60년차 남진 고백 | 중앙일보
- 불륜 이혼후 여배우 3명과 동거…그 배우, 놀라운 소식을 발표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