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마켓 나우] ‘인간이란 무엇인가’ 답해야 로봇시대 강자
약 30만 년 전 어느 이름 모를 호모사피엔스에서 19세기 근대 철학자들까지 인류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씨름하면 역사의 시계가 빨리 돌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자들에게 당장 시급한 질문은 ‘범용인공지능(AGI)을 적용한 배터리 구동 휴머노이드는 언제 본격 등장할 것인가’이겠지만, 이들 또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피할 수 없다.
‘인간형 로봇’에서 ‘인간’이란 무엇일까. 광의의 인간형 로봇은 굳이 발로 걷지 않고 바퀴로 이동할 수도 있다. 다섯 손가락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레고 블록처럼 생긴 손, 자유도를 인간보다 훨씬 다양하게 설정한 관절 등 상상력의 상품화를 위해선 인간의 정의에서 해방돼야 한다. ‘그 별에 사는 외계인은 어떻게 움직일까’는 과학소설이 아니라 휴머노이드 개발에 요긴한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이다.
‘휴머노이드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삼은 결과로 무엇까지 가능할지 불확실하지만, 이미 확실한 것도 있다. 첫째, 배터리 전기차 제작사들이 휴머노이드 개발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 요소 기술을 가장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분야 제작사들이 앞다투어 휴머노이드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샤오펑도 뛰어들 기세다.
둘째, ‘산업용’ 휴머노이드가 유망하다. 고도화된 작업 지능, 첨단 센서·구동장치, 인간 수준 이상의 작업 자유도, 배터리 구동을 특징으로 하는 휴머노이드가 가장 절실한 분야가 바로 ‘산업용’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물류·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결국은 자동차에서 시작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셋째, 중국과 스마트하게 경쟁하고 협력할 길을 찾아야 한다. 8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2024 월드로봇콘퍼런스(WRC)가 열렸다. 이번 화두는 단연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중국 정부의 목표는 2035년 첨단 로봇 산업 세계 1위다. 인구 문제보다 우리 산업에 심각한 도전은 중국산 첨단 휴머노이드의 침공일지도 모른다. 중국 로봇 스타트업이 내후년 정도 상업적 휴머노이드 양산 체계를 확보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일본 산업용 로봇의 저가 공세에 우리 로보틱스 기업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
한가해 보이는 질문이나 사고 실험이 어느 분야에 등장했다면, 이는 그 분야에 새 시대가 동트고 있다는 징표다. ‘인간·휴머노이드란 무엇인가’에 답해야 낙오하지 않는다. 본질적인 질문에 강해야 새로운 먹거리 산업의 강자가 될 수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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