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두려움, 맞서지 말고 즐겨라

2024. 8. 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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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기상전문가 케이트는 대학 시절 ‘토네이도 길들이기’ 실험을 하다가 친구들을 잃는다.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한 친구가 찾아와 연구를 재개하자고 한다. 케이트는 주저하고 망설이다 결국 오클라호마의 토네이도 현장으로 향한다. 그는 그곳에서 ‘토네이도 카우보이’로 불리는 유튜버 타일러를 만나 함께 도전에 나선다. 영화 ‘트위스터스’ 얘기다.

오늘 소개하려는 장면은 케이트와 타일러가 로데오 경기를 보러 갔을 때다. 타일러는 자신이 과거 로데오 선수였다며 이렇게 말한다. “토네이도와 황소는 같아. 두려움은 맞서는 게 아니야. 즐기는 거지.” ‘즐기다’의 영어 대사는 ‘ride’, 즉 타다라는 뜻이다. 그는 왜 두려움은 올라타는 거라고 한 걸까?

두려움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두려움은 토네이도나 황소 자체가 아니다. 그들에 대해 갖는 우리의 감정이 두려움이다. 우리가 두려움을 갖는 건 그 대상에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토네이도를 “과학이자 종교”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는 맞서려고 할수록 두려움만 커지고, 공포에 압도당하게 된다.

두려움은 극복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오래된 착각부터 버리자. 만약 두려움을 모른다면 용기 있는 자가 아니다. 그냥 무모한 사람일 뿐이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뎌야 진정 용기 있는 자다. 하긴, 두려움과 용기는 동전의 앞뒷면인지 모른다. 둘 다 상상력에서 나오는 거니까.

올라타서 즐기는 것도 두려움을 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섭다고 겁먹지 말고, 두려운 대상의 성질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대응하면 되는 일이다. 황소든, 토네이도든 그 위에 올라타서 고삐를 꼭 붙들고 신나게 흔들리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도약의 순간이 오지 않겠는가. 팽팽하게 긴장되면서도 차분하게 길들여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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