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뉴스터치]부메랑이 된 전세대출
전세는 목돈이 필요하지만 월세보다는 저렴하게 거주할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전셋값 안정은 역대 정권의 주요한 해결 과제였다. 전세보증금 대출이 활성화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집값이 하락한 2022년과 지난해엔 전세 사기가 큰 문제가 됐다. 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했지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빌라왕’ 일당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많았다. 지난해 보증 사고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물어준 돈만 3조5000억원, 당기순손실은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랬던 전세대출이 지금은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갭투자를 통해서다. 전세대출로 나간 돈은 결국 집주인에게 들어가 적은 돈으로 비싼 집을 살 수 있게 만든다. 집값 상승 움직임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한때 더 싼 금리로 갈아타려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던 시중은행은 너도나도 전세대출을 줄이고 있다.
집값 하락기엔 깡통 전세를 양산하고, 상승기엔 갭투자를 부추기는 게 전세의 역기능이다. 전세는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제도이고 사적 계약이니 정부가 하라 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정부가 전세금 보증·대출 지원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할 것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HUG의 막대한 손실을 보면 전세대출 지원을 늘리기보다는 월세 세액공제나 주거비 지원을 과감하게 확대하는 게 바람직했다. 지난 28일 국토교통부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20년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제는 주택 임대시장을 제대로 키워야 할 때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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