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전무로 강등…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박성영 2024. 8. 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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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29일 한미약품그룹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날 오후 경영관리본부에 인사팀과 법무팀 등을 신설하고, 이승엽 전무이사와 권순기 전무이사를 각각 담당으로 선임하는 한미약품 대표이사 이름의 인사 발령을 내부망에 공지했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 대표와 친형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모친 송영숙 회장과 누이 임주현 부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경영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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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측 조직 신설해 지주체제 이탈
경질성 인사… “경쟁력 약화” 우려
한미약품 본사.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핵심 회사인 한미약품이 독자경영을 선언하며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별개 인사·법무팀을 신설했다. 그러자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지주사 체제에서 이탈하려 한 것”이라며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했다.

29일 한미약품그룹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날 오후 경영관리본부에 인사팀과 법무팀 등을 신설하고, 이승엽 전무이사와 권순기 전무이사를 각각 담당으로 선임하는 한미약품 대표이사 이름의 인사 발령을 내부망에 공지했다. 박 대표 자신의 관장업무에도 경영관리본부를 포함했다.

그동안 한미약품에는 별도 인사 조직이 없었고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해당 업무를 맡아 왔다. 그런데 조직 신설로 인사 등을 자체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인사 공지 1시간여 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이사 명의로 박재현 사장의 직위를 전무로 변경하고 그의 업무를 제조본부로 한정하는 인사발령을 내부망에 공지했다. 임 대표 측은 박 대표의 인사 조치를 지주사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로 보고 경질성 발령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대표이사 해임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업무를 한정해 대표이사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표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자 경영을 흔들림 없이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 대표와 친형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모친 송영숙 회장과 누이 임주현 부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경영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3월 주총 당시 임종윤·종훈 형제를 지지했던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난달 초 마음을 바꿨다. 신 회장이 송회장 모녀로부터 지분 이전과 함께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편을 요구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졌다.

1993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한 박 대표는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해 3월 한미약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올해 초 경영권 분쟁 당시 모녀 측이 제안한 OCI그룹과의 통합에 찬성해 모녀 측 인사로 분류된다.

제약업계는 연초부터 시작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전반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경영권 분쟁 이후 한미약품그룹은 인재 이탈이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한양행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항암제 신약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제약업계에 훈풍이 부는 분위기인데 대표적인 제약 회사인 한미약품그룹이 양보 없는 다툼이 계속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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