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1호 구속 다음날,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 중처법 구속
외국인 근로자 18명을 포함해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흐름이 바뀌고 있다. 중처법 혐의로 구속되는 ‘1호’ 사건이 나오는 한편, 외국인 산업재해 사망자 비중도 중처법 시행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2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중 박 대표는 경영책임자로서 중처법 혐의를 받고 있는데, 2022년 1월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관련 혐의로 구속되는 첫 사례다. 박 부장판사는 “혐의사실 중대하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중처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리셀 이전까지 중처법 혐의를 받는 경영책임자가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사례는 없었다. 앞서 두성산업·삼표산업·세아베스틸·기성건설 등 4건의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졌지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전부 법원에서 기각됐다.
공교롭게도 아리셀 사건에서 1호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2호 구속도 연달아 이뤄졌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박영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영풍 석포제련소의 박영민 대표이사에 대해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근 9개월 사이에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지우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검찰 소명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최근 법원이 중처법 사건을 엄하게 판단하는 추세에 있는데, 이번 아리셀 참사를 기점으로 그 정도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심 판결 기준으로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한국제강 1건뿐이었지만, 올해 들어 엠텍과 삼강에스앤씨 등 2건이 추가됐다. 이번 아리셀과 영풍 석포제련소 사건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처법 적용이 확대된 만큼 구속·실형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리셀 사건의 경우 수사 초기 단계지만 판사가 봐도 범죄 구성요건이 분명하고, 피해 내용도 크다 보니 구속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으면서 관련 판례가 쌓이다 보니 수사기관도, 법원도 적극적으로 법리를 적용해 판단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리셀 참사는 개선되던 산업재해 사망 통계에도 영향을 줬다. 이날 고용부가 발표한 ‘2024년 2분기(누적)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고사망자 수는 296명으로, 전년 대비 7명 증가했다. 사고사망자 수는 상반기 기준 2022년 318명에서 지난해 289명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났다. 외국인 비중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외국인 사망자는 5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6.9%를 차지했다. 연간 유족급여 승인 기준으로 외국인 사고사망 비율이 2023년 10.5%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처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비중이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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