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럴림픽] 첫 판부터 집안싸움 벌인 배드민턴… "처음에 붙는 게 낫죠"

김효경 2024. 8. 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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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스포츠 등급 WH1-2)에서 만난 유수영-정재군(위) 조와 최정만-김정준 조.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차라리 처음에 붙는 게 낫죠."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스포츠 등급 WH1-2)에서는 8개 조가 2개 그룹으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다. 2개 팀이 출전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재군(47·울산중구청)과 유수영(21·한국장애인고용공단), 최정만(45)과 김정준(46·이상 대구도시개발공사)이 각각 짝을 지어 메달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2조는 모두 A조에 묶이면서 조별예선부터 맞대결을 피할 수 없었다.

정재군-유수영 조는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 샤펠에서 열린 경기에서 최정만-김정준 조를 세트스코어 2-0(21-14, 21-13)으로 이겼다. 1세트는 초반부터 앞서나가며 기선을 잡았다. 2세트는 12-12까지 팽팽하게 맞서다 정재군, 유수영이 4연속 득점으로 승기를 잡았다. 유수영은 "파트너(정재군)가 잘 버텨준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김정준은 "(유)수영이가 워낙 잘하더라"며 박수를 보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스포츠 등급 WH1-2)에서 만난 유수영-정재군(아래) 조와 최정만-김정준 조.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뜻하지 않은 집안싸움이었지만, 네 선수는 도리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함께 본선에 진출해 결선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정만은 "차라리 처음부터 붙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메달 결정전이 아니라 다행이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수영은 "다른 조였다면 둘 중 하나만 올라가는 본선에서 맞붙게 되지 않았겠는가"라고 했다. 정재군은 "모두 (본선에) 올라갈 것이다. 누가 1, 2위를 하느냐가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경쟁을 피할 수 없지만 넷은 협력하는 사이다. 스파링 상대가 돼주는 것은 물론,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최정만은 "대회 전에도 연습경기를 많이 해 긴장감이 크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서 컨디션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20년 도쿄 대회에 이어 두 번째 패럴림픽에 나선 김정준은 첫 출전인 3명에게 "모두 긴장하지 말고 차분하게 잘해서 금메달을 따기 바란다"고 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스포츠 등급 WH1-2)에서 만난최정만-김정준 조를 만난 유수영(왼쪽)과 정재군.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네 선수는 공동취재구역에서 함께 인터뷰를 했다. 특히 정재군보다 26살 어린 유수영은 "부정적 의미는 아니지만, 세대 차이도 있긴 하다"고 농담한 뒤 "(정)재군이 형의 말투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곤 하지만, 최신 노래도 많이 듣는 데다 젊게 사신다. (나이 차이가 나도) 우린 잘 지낸다"며 웃었다.

각오도 남다르다. 유수영은 "(남은 경기에서) 무조건 전승을 할 것"이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김정준은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 경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정만은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서 무조건 이기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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