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김우진, 도쿄서 8점 쏘자…정의선에 걸려온 전화 1통
■ 추천! 더중플 - 정의선 연구
「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판매량 기준) 자동차 기업이 됐습니다. 정의선 회장의 경영 성과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정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는 덜 알려진 편입니다. 그가 할아버지 정주영 선대회장과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가족과 사이는 괜찮은지 등은 대중의 관심사지만 아직까지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경영자 정의선뿐 아니라 인간 정의선도 살펴볼 수 있는 ‘정의선 연구’(www.joongang.co.kr/plus/series/23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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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사(弓師) 김우진이 활시위를 당기자 오른쪽 소매 끝이 팔락였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 때문이다. 8점. 바람의 영향으로 조준이 흔들린 거였다. 2021년 7월 26일, 도쿄 유메노시아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남자단체 일본과의 준결승. 2세트는 김우진의 첫발로 이렇게 시작했다.
현지에서 이를 지켜보던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차그룹 회장)의 전화기가 울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전화였다. 정 회장은 주변에 있던 양궁 관계자들에게 말을 꺼냈다. “명예회장님이 우진이 8점 쏘신 거 보고 걱정돼서 전화 주셨네요. 이제 10점 쏴야 한다고 응원해주신 거예요.”
1985~1997년 양궁협회장을 지내며 숱한 경기를 지켜본 정 명예회장은 TV중계를 보며 일본팀을 기세로 제압하지 못하는 현장 분위기를 직감했다. 실제 이날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연장에서도 동점을 낸 양 팀이었지만, 결국 김제덕이 쏜 10점짜리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가깝다는 판정을 받고 진땀승을 거뒀다.
결승을 앞두고 선수들이 한숨을 돌리는 시간.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걱정과 응원을 전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정 회장은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장 부회장은 “명예회장님이 응원해주신다고 하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 회장은 김우진에게 다가가 통화 내용을 전하며 김 선수를 다독였다.
대만과의 결승. 첫 사수는 김우진이었다. 김우진의 손을 떠난 화살은 10점 과녁 안에서도 가운데 동그라미인 ‘X10’으로 들어갔다. 남자팀은 대만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 부회장은 기자에게 “명예회장님 전화가 온 뒤의 상황이 그렇게 바뀐 건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고 신기하다. 그만큼 양궁인들과 명예회장님, 정 회장님 사이에 마음의 벽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유 모르겠을 정도의 진심”
정 회장과 현대차의 지원에 대해 양궁협회 등에선 “이유를 모르겠을 정도의 진심”이라고 말한다. 정 회장은 양궁 대표 선수단의 식단까지 챙긴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선수들에게 제공한 장어와 꼬치 요리도 정 회장이 정한 식단이었다. 본인이 알고 있는 식당과 지인 추천을 더 해 모든 메뉴를 기록해 협회에 건넸다. 삼계탕이 선수단 식단에 오른 날, 양궁협회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준비했는데 이를 본 정 회장이 “이렇게 먹으면 삼계탕 맛이 안 난다”며 현지에서 뚝배기를 공수한 적도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도 정 회장은 양궁 선수단을 챙겼다. 지난해 6월 정 회장은 엑스포 유치 행사에 앞서 파리 올림픽 양궁경기장을 살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정 회장은 선수단 동선에 맞춰 경기장과 식당, 화장실 간 이동 시간을 살피고 걸음 수까지 직접 따졌다고 한다. 식당에선 선수단이 먹을 점심까지 미리 맛보며 식단까지 챙겼다. 각 장소를 스스로 걸으며 몇 분이 걸리는지 확인했을 만큼 특유의 ‘디테일 경영’을 여기서도 발휘했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양궁 5개 전 종목을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정 회장은 27일 열린 양궁 대표단 환영만찬에서 3관왕 김우진과 임시현에게 각각 8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계탕 뚝배기 좀 구해줘요”…현대차 ‘양궁 뒷바라지’ 40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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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어?” 할아버지와 다르다…“해보죠” 손자 정의선 리더십
정의선 회장은 중요한 결정을 할 순간이면 ‘할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본다고 합니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도전 정신을 존경하고 그 뜻을 따르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창업자의 길과 후계자의 길은 다릅니다. 선대의 뒤를 따르기만 해선 있던 것도 지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후계자 정 회장이 생각하는 자신의 길은 무엇일까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5092
▶“동네 수퍼서 소주 사간다” 넥타이 벗은 정의선 이야기
한 휘문고 출신 인사는 1986년 봄 학교 앞에서 봤던 벤츠 차량을 기억했습니다. 외제차가 보이면 그냥 다 “벤츠”라 부르던 때였습니다. 누구 차인지 궁금해하면 “우리 학교에 정주영 손자 다니는 거 몰랐어?”라는 답이 왔다고 합니다. 그해는 정 회장이 휘문고에 입학한 해입니다. 고등학교 동창들은 어린 정 회장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8290
▶정몽구 ‘뚝심경영’ DNA 잇다…정의선, 혹독했던 후계 수업
정 회장은 엄격했던 경영 수업 때문에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을 어려워했습니다. 반면 아버지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이끌면서 차량을 만들겠다는 꿈을 갤로퍼로 실현하는 모습 등을 옆에서 보면서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도 키웠습니다. 정 명예회장이 경영 책임과 권한을 정 회장에게 물려준 지는 오래지만, 승계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 정 회장의 승계 고민도 들여다봅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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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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