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의료 원활하다"…한동훈 "응급실 심각하다" 정면반박

윤지원, 이창훈, 조수진 2024. 8. 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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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해소 방안을 두고 당정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정부 측 의료개혁의 책임자들이 29일 여당 연찬회에 총출동해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임 후 매년 당 연찬회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연찬회엔 “추석을 앞두고 현안이 산적했고 현안 관련 장관들과 논의를 해야 한다”(대통령실)는 이유로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 세번째)와 추경호 원내대표(왼쪽 네번째) 등 의원들이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민의힘은 이날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이날 가장 관심이 쏠린 건 의료개혁 이슈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2026학년도 의대생 정원 증원 1년 유예’를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이 28일 “의료 개혁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증원 정원 유예안을 고수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매번 찾았던 당 연찬회에 불참한 배경을 두고 당 안팎에선 “한 대표의 중재안에 대한 불만이 담긴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날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여당 의원 108명 전원을 대상으로 의료개혁을 둘러싼 오해와 정부의 방향에 대해 80분가량 설명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요청해 마련된 자리로, 정부 책임자가 여당을 상대로 의료개혁 이슈를 보고한 건 이번 처음이었다. 다만 한 대표는 정부 보고 시작 전 개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장상윤 사회수석은 한 대표의 중재안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지난 4월 말에 공표했다”며 “만약 과학적 근거 없이 의료계에 굴복해서 의대 정원을 변경한다면 많은 국민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와의 협상에 대해서도 “증원 방침을 정한 뒤 의료계와 37차례 논의를 했다”며 “의료계의 다양한 직역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한쪽이 거부하면 아무 의미 없는 대화가 돼버렸다. 유효한 대화체를 만들지 않고 대화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의료개혁 취지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0명 증원 결정에 대해선 “국책기관의 예측과 연구 결과에 기초했다”며 “2035년에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한데 변수와 합리적인 추론을 거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장 수석은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 필수·비필수 의료의 격차 해소가 의료개혁의 핵심”이라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면서 현장을 철저하게 모니터링 하면서 약속한 과제를 이행하는 게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장관은 최근 거론되는 병상 부족과 ‘응급실 뺑뺑이’ 우려에 대해 “의대생 증원 발표 후 새로 생긴 것처럼 말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계속 일어났던 문제”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의료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역 응급의료센터와 지역센터 전문의 수는 지난해 4분기보다 늘었다”며 “종합해보면 응급실 붕괴는 사실이 아니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장관은 의과대학의 의대생 교육 역량 확보에 대해 “기존 시설 리모델링과 대규모 공사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국립대 의대 교수는 3년간 1000명을 지원하는 등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비공개로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이냐”, “늘어난 의대생 숫자에 맞춰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있느냐”, “추석 응급 환자 대응엔 이상이 없는가” 같은 질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한 중진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개혁은 원래 힘든 것”이라며 정부의 의료개혁에 당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비공개 질의응답이 1시간 넘게 이어지자 예정된 만찬도 30분 늦게 시작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질의응답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서 언론에서 지적한 문제에 대해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대체로 의원들이 의료개혁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국민이 몰라서 불안한 부분도 있으니 현 상황을 잘 알리고 의료진과 소통 강화해달라는 주문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측 설명회가 끝난 뒤 연찬회장에 복귀한 한 대표는 “저는 이미 들었던 이야기였다”며 “국민 건강과 생명 문제에서 ‘당정 갈등’ 프레임은 사치스럽고 게으르다. 누가 옳으냐 보다는 무엇이 옳으냐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만큼 응급실 수술실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냐고 하면 저는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이고 당국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당국 판단이 맞으면 좋겠지만, 국민 건강이나 생명이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은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중되는 의료대란 우려에 “비상의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말한 것과 정반대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창훈·윤지원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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