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떼고 '스타필드 마켓'…매출 1등 죽전점, 여기부터 줄였다
29일 경기도 용인에 새롭게 문을 연 ‘스타필드 마켓 죽전’. 입구에 들어서자 천장에 배치된 둥근 책장과 책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서점과 카페, 꽃집, 그리고 작은 공연장이 배치된 1층은 커다란 문화 공간을 연상케 했다. 2005년 개점 이후 19년 만에 리뉴얼을 마친 옛 이마트 죽전점의 첫 인상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강한 유통 강호들이 이커머스의 공세에 맞서 점포 새 단장에 힘을 쏟고 있다. 점포 이름에서 ‘백화점’ ‘마트’ ‘쇼핑몰’란 단어를 떼어내고 매장 구성도 과감히 파격적으로 바꾼다. 쇼핑몰같은 마트, 백화점 같은 쇼핑몰 등 대형화·고급화 전략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전략이다.
베일 벗은 스타필드 마켓
지하 1층과 지상 1층 2개층에 걸쳐 있던 1만2540㎡(약 3800평) 규모의 매장은 지하 1층에 7590㎡(약 2300평) 규모의 그로서리(식료품) 강화 매장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구매가 많은 공산품 매장을 과감히 축소한 결과다. 대신 신선식품과 도시락·샌드위치 등 델리 상품을 매장 전면에 배치하고 종류를 늘려 장보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꾸몄다.
1층에는 식음료,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54개 유명 브랜드 매장을 신규로 유치했다. 직영 매장을 40%가량 축소하는 대신 임대 매장 규모를 70% 확장한 결과다. 남는 공간에는 커뮤니티, 라운지 등 고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특화 공간을 꾸몄다.
이마트는 이번 매장의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배후 상권과 고객 수요가 탄탄한 대형점을 스타필드 마켓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에서 마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 구성이 필수”라며 “스타필드 마켓은 지역 주민들에게 여가와 쇼핑의 동시 체험을 제공하는 신개념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백화점 시너지 노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백화점과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이날 스타필드 마켓 죽전과 나란히 붙어있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점포명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변경했다. 2007년 죽전점으로 개점해 2009년 경기점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16년 만에 다시 이름을 바꿨다.
기존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 개장 이후 경기 남부 상권의 2등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에 마트와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매장을 리뉴얼해 복합 쇼핑공간으로 변신을 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브랜드를 강조하는 새 이름을 통해 점포의 차별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기 지역 거점 점포를 벗어나 수도권 남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백화점·쇼핑몰 통합도
향후 대구와 인천에 ‘타임빌라스 수성’ ‘타임빌라스 송도’도 열 계획이다. 지역 거점 쇼핑몰과 백화점을 한데 합쳐 약해진 지역 상권을 다지고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대백화점 부산점도 내달 6일 ‘커넥트 현대’로 재탄생한다. 부산의 특색을 살린 로컬 콘텐트와 체험형 공간, 정상 상품과 이월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복합 매장 등을 한데 담았다. 2030 젊은층과 가족 단위 고객을 아우르는 도심형 복합쇼핑몰을 목표로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체험형 소비가 강세를 보이고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환경에서 커넥트 현대가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 전통시장과의 협업 등 독창적인 로컬 콘텐트를 통해 지역 문화의 구심점 역할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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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쇼핑 경험, 되살릴까
유통 산업의 주도권을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쥐면서 유통 대기업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정부의 신규 출점 제한 정책으로, 유통 기업들이 점포 수를 확대하기 어렵다보니 기존 점포를 합치고 바꿔 새로운 강점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계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절반(50.5%)을 넘으며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매출이 역전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라며 “문화 체험과 휴식 공간을 다양화해 쇼핑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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