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두산, 밥캣·로보틱스 흡수합병 철회…밥캣 상장 유지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교환해 합병하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금융감독원의 압박과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이다. 대신 두산밥캣이 포함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은 유지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이로써 두산밥캣의 상장은 유지된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 양사는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 회사를 합병하고 밥캣을 상장 폐지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한 지 49일 만이다.
다만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밥캣을 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하는 내용의 개편은 계속 추진한다. 두산밥캣 지분을 떼어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을 만든 뒤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당초 두산그룹은 밥캣과 로보틱스를 1대 0.63 비율로 주식을 교환해 합병하려 했으나, 소액주주 이익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밥캣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한 캐시카우인데,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와 기업가치를 비슷하게 평가해 밥캣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거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두산의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두 차례에 걸쳐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 분할 신설부문의 수익가치 평가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압박했다. 계속된 정정 요구에 두산은 다음 달 25일로 예정했던 임시 주주총회 개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국민연금의 반대도 두산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을 반대하면서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들었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두산밥캣 지분 7.2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설정한 매수 한도 6000억원을 훌쩍 넘긴다.
두산 측은 일부 계획을 철회했으나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바꿔,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두산밥캣을 신설법인으로 떼어내고 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차입금 7000억원이 줄고, 큐벡스 등 비영업용 자산을 ㈜두산에 매각해 500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1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 여력이 생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체코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는 등 올해 들어 예상보다 사업 기회가 크게 늘어, 원전 설비 투자 등을 적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소형모듈원전(SMR)의 경우 최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물량이 증가해 연 20기 이상 제작시설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설득이다. 두산밥캣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사라지지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유지된다. 두산그룹은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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