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대선 두달 앞 설리번 만나 "중미 화합"...군부 2인자는 대만 압박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흘 간의 방중 일정 마지막 날인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양 측이 정상 간 전화 통화에 합의한 가운데 시 주석이 직접 설리번 보좌관과 만난 건 중국이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이날 중국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설리번 보좌관을 만나 “중국과 미국은 대국으로서 역사와 인민, 세계를 책임져야 한다”며 “중·미 관계가 큰 변화를 겪었지만, 안정적이고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중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화합하기 위해 중국과 함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이틀에 걸쳐 회담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향후 몇 주 내에 통화하기로 양 측이 합의했다. 이에 더해 시 주석이 직접 설리번 보좌관을 만나 화합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오는 11월 미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역시 다른 주요국들과 마찬가지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나리오를 각기 점검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대중 강경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해리스 당선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상당 부분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와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폭탄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캠프를 공략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당국자들이 트럼프 캠프 관계자 등과 만나는 자리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당시 주미 중국 대사를 지낸 추이톈카이(崔天凱)를 파견해 트럼프 캠프와 관계를 쌓으려 했지만, 중국에 대한 캠프 내 경계심이 커지며 실패했다”고 FT는 미국과 중국 당국자 8명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대만 문제에서는 미·중이 첨예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군부 서열 2위인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군사위) 부주석은 설리번 보좌관을 만나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가 넘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자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 중의 기초”라고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이어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물과 불처럼 섞일 수 없다”며 “대만 독립 세력의 도발에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중국은 미국에 대만과의 군사적 연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대만과 관련한 거짓 유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미국은 대만과 단교한 이후에도 1979년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계속해왔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여러 차례 대규모 첨단 무기 판매에 나섰다. 지난 6월에도 약 3억6000만 달러(약 4802억 원) 규모의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판매를 승인했다.
지난해 11월 미·중은 5년 만에 핵군축 회담을 열고 군사 대화를 재개했다. 하지만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장 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교류 기회를 가지는 건 드문 일”이라며 “미·중 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하면 이번 만남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군사통신 채널 복원 등에는 양측이 합의했다. 두 사람은 가까운 시일 내에 양국의 전구사령부(theater command) 사령관급 전화 통화를 약속했다. 이런 군사 통신 채널은 2022년 당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끊겼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29일 중국 베이징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가진 방중 결과 브리핑 자리에서 “이번 방중 기간 중국의 잠재적 선거 개입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중국 당국자들을 만날 때마다 선거 개입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국가도 미국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방중도 이런 면에서 다르지 않고, 나는 그러한 점을 다시금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내 패고 버린 우산 아깝다’ 시인 스스로 고백한 죄와 벌 [백년의 사랑] | 중앙일보
- 덜 익은 삼겹살 이래서 위험…몸 속 '쌀알' 가득, 충격의 CT | 중앙일보
- 양궁 김우진, 도쿄서 8점 쏘자…정의선에 걸려온 전화 1통 | 중앙일보
- 강남 유명 척추병원 회장 고소당했다…"친족 여성 상습 성폭행" | 중앙일보
- 완전 나체로 생방송 나온 가수…올림픽 땐 '파란 망사' 입고 공연 | 중앙일보
- 서세원 딸 서동주, 내년 비연예인과 재혼…"좋은 소식 축복해달라" | 중앙일보
- '한마리 50만원' 민어 반값됐다…손님 북적여도 어민들 한숨, 왜 | 중앙일보
- "30초면 마법 펼쳐진다, 돈 내면 고화질"…딥페이크봇 수천개 활개 | 중앙일보
- "트로트 안 좋아해, 나훈아와 비교불가"…데뷔 60년차 남진 고백 | 중앙일보
- 불륜 이혼후 여배우 3명과 동거…그 배우, 놀라운 소식을 발표했다 | 중앙일보